여야가 21대 국회 전반기 원 구성 합의에 최종 실패, 결국 더불어민주당이 18개 상임위원회 중 정보위를 제외한 17개 상임위를 독식했다. 민주당은 29일 오후 2시 원 구성을 위한 본회의를 강행했다.
박병석 국회의장은 "오늘로 21대 국회 임기가 시작한지 한 달이 됐다. 아직까지 원 구성을 못해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고 언급한 뒤 "여야는 어제 저녁 원 구성과 관련된 합의 초안을 마련했지만 미래통합당이 상임위원장을 맡지 않겠다고 밝혀왔다"며 책임을 통합당에 돌렸다.
박병석 의장은 "코로나 경제 난국으로 일자리를 잃을까봐 노심초사하는 서민들을 더 이상 외면할 수 없어 원 구성을 마치기로 했다"면서 "지금이라도 여야가 진정성을 갖고 대화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했다.
앞서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10시 국회에서 박병석 의장 주재로 회동을 가졌으나 끝내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당초 박병석 의장은 통합당이 오늘 오후 6시까지 상임위원 명단을 제출하는 것을 전제로 본회의를 7시에 개의할 예정이었지만 통합당이 상임위원 명단 제출도 거부하자 일정을 앞당겼다.
18개 상임위원장 자리를 특정 정당이 모두 차지하는 것은 1988년 13대 국회 이후 처음이다. 그간에는 의석수 비율에 따라 여야가 상임위원장 자리를 나눠 가져왔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원 구성 합의 불발 후 기자들과 만나 "저희들은 (법사위원장) 후반기 2년이라도 교대로 하자고 제안했지만 그것마저도 (민주당이)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이 제안하는 7개 상임위원장을 맡는다는 게 견제와 균형 차원에서 그다지 의미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했다.
그는 "법사위를 가져오지 못하는 것, 백보 양보해도 나눠서 하는 것도 되지 않는 상황은 민주당이 상생과 협치를 걷어차고 국회를 일방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것이라고 봤다"면서 "상임위원장을 맡는 건 들러리 내지 발목잡기 시비만 불러일으킬 거라고 판단했다"고 추가 설명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향후 국회 과정은 의총을 거쳐 결정하겠지만 저희는 야당 국회의원 역할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적극 국회 활동에 참여하고 견제하고 비판하는 일은 더 가열차게 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1대 국회를 좌초시키고 민생에 어려움을 초래한 모든 책임은 통합당에 있다"고 맞섰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어제 늦게까지 이어진 양당 원내대표 회동에서 의미 있는 진전이 있었지만 오늘 오전 통합당이 거부 입장을 통보해왔다"면서 "국민과 약속한 6월 국회 회기 내 3차 추가경정예산(추경) 처리를 위해 비상한 각오로 임하겠다"고 했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열린 의원총회에서 앞서 차지한 상임위 외에 11개 상임위원장 후보를 확정했다.
민주당은 본회의를 통해 △운영위원장 김태년 △정무위원장 윤관석 △국토위원장 진선미 △교육위원장 유기홍 △과방위원장 박광온 △환노위원장 송옥주 △행안위원장 서영교 △문체위원장 도종환 △농해수위원장 이개호 △예결위원장 정성호 △여가위원장 정춘숙 의원을 선출했다.
18개 상임위원장 중 정보위원장을 제외한 17개 상임위원장 선출을 마쳤다. 정보위의 경우 국회법상 국회의장이 부의장, 교섭단체 대표와 협의해 위원을 선임해야 하는데 야당 몫으로 부의장에 내정된 정진석 통합당 의원이 항의 표시로 부의장직을 고사한 상태여서 상임위 구성에 시간이 더 걸릴 전망이다.
선출된 17개 상임위원장은 모두 민주당 의원이다. 위원장 선출에 이어 국회 사무총장으로 김영춘 민주당 전 의원의 임명을 승인하는 안건도 처리했다.
민주당은 상임위원장 선출 직후 각 상임위에서 3차 추가경정 예산안 심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원내 제3당인 정의당은 이날 본회의에 참석했지만 상임위원장 선출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을 전두환 전 대통령에 빗대어 강하게 비판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1987년 6월 항쟁, 거기에 굴복한 전두환 정권의 6·29 선언으로 직선제 개헌의 문이 열렸다"며 "역사는 2020년 6월29일, 33년 전두환 정권이 국민에게 무릎 꿇었던 그날 문재인 정권이 몰락의 길로 들어서게 됐다고 기록할 것"이라고 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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