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양주 옥정신도시가 ‘6·17 부동산 대책’을 통해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되면서 집값이 조정을 받고 있다. ‘미분양의 무덤’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옥정신도시에 대한 ‘사망선고’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양주시가 국토교통부에 공문을 보내 조정대상지역 지정을 취소해달라고 요청할 정도다.
얼어붙은 옥정 부동산시장
29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6·17대책 발표 이후 옥정신도시 부동산시장은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일대 대장주로 꼽히는 ‘e편한세상양주신도시2차’(2018년 입주, 1160가구·사진)는 지난 2일 전용면적 85㎡가 4억4000만원에 신고가를 기록하는 등 상승세를 탔다. 2월 3억5000만원에 거래된 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C노선 기대감 등으로 집값이 상승한 것이다. 하지만 6·17 대책 이후 호가가 2000만원가량 내리는 등 주춤하고 있다.
인근에 있는 ‘옥정센트럴파크푸르지오’(2016년 입주, 1862가구)와 ‘e편한세상옥정어반센트럴’(2017년 입주, 761가구) 등도 매물이 쌓이고 있다. 옥정센트럴파크푸르지오 전용 59㎡는 26일 2억7000만원에 실거래됐다. 4월 3억1000만원에 신고가를 기록한 뒤 대책 발표 이후 4000만원가량 집값이 떨어졌다. 옥정신도시 A공인 대표는 “그동안 몰렸던 매수 문의가 규제지역 지정 이후 뚝 끊겼다”며 “눈치보기 장세가 끝나면 급매물이 추가로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대출 한도가 줄어들면서 잔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게 된 것도 고민이다. 26일에는 옥정신도시 입주예정자 30여 명이 양주시청을 방문해 기습 시위를 펼치기도 했다. 이들은 “대출을 받아 중도금·잔금을 치러야 하는데 규제지역 지정으로 담보인정비율(LTV)이 30~50%로 갑자기 떨어져 내 집 마련을 포기해야 할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교통망 구축도 지지부진
옥정신도시는 성남판교, 파주운정, 김포한강 등 다른 2기 신도시에 비해 개발 속도가 늦어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미분양이 많아 이달 말까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수도권 미분양 관리지역으로 지정된 상황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새 아파트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청약시장 분위기도 호전됐다. 지난달 제일건설이 옥정신도시에서 분양한 ‘제일풍경채레이크시티’는 1순위에서 4062명이 신청해 평균 3.86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옥정신도시에서 분양된 단지 중 가장 많은 인파가 몰렸다. 하지만 이번 규제지역 지정으로 다시 분양 열기가 가라앉게 됐다는 게 일대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교통망 구축이 지지부진한 것도 주민들의 불만이 커진 이유다. 지하철은커녕 여의도·광화문 등 서울 주요 업무지구로 향하는 광역버스조차 제대로 없기 때문이다.
2024년 개통이 목표이던 ‘도봉산옥정 광역철도 사업’도 미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사업은 서울지하철 7호선 도봉산역에서 의정부 탑석역을 거쳐 옥정신도시까지 이어지는 15.3㎞ 길이 노선이다. 양주시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2공구가 착공했지만 1·3공구 시공사 선정이 늦어져 개통 예정 시기가 2025년으로 연기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주(덕정)~수원 사이 74.2㎞를 오가는 GTX-C노선은 사업 기간이 변수로 꼽힌다. 기본계획 수립, 실시설계 등 남은 절차가 많아 실제 운행까지는 최소 10년가량 걸릴 전망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옥정신도시는 대표적인 미분양 지역이었지만 GTX 호재 등으로 부동산 경기가 조금 살아나던 중이었다”며 “하지만 이번에 조정대상지역에 들어가면서 부동산 경기가 급랭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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