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사회초년생 A씨는 월급의 대부분을 저축한다. A씨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는 투자는 꺼리는 편이라 주로 은행 정기예금을 이용했지만 최근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금리가 연 1%에도 미치지 못해 핀테크(금융기술) 제휴 상품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A씨는 월급을 ‘T이득통장’과 ‘네이버통장’ 등에 쪼개서 넣어 둔다. A씨는 “금리가 높은 상품은 최대 금액이 낮은 경우가 많다”며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최대 한도의 액수를 여러 군데에 나눠 넣는다”고 말했다.
최근 ‘빅테크(대형 정보통신기업)’가 금융 상품을 잇따라 출시하고 있다. 하지만 혜택이 좋으면 함정도 있는 법. 최대 금리를 받기 위해서는 최대 납입 한도가 있다. 제휴 금융 상품을 내놓은 핀테크 업체나 통신사를 평소 자주 이용하지 않는다면 ‘배보다 배꼽이 큰’ 경우가 생길 수 있다.
○라이언과 브라운에 ‘혹하지 말고’
네이버파이낸셜은 지난달 ‘네이버통장’을 전격 출시했다. 최고 수익률은 은행 정기예금 금리의 세 배가 넘는 연 3%다. 하지만 최고 수익률을 받기 위한 조건은 까다롭다. 우선 예치금이 100만원 이내여야 한다. 100만원을 초과하면 연 1%, 1000만원을 초과하면 연 0.35%로 수익률이 뚝 떨어진다. 이벤트 기간이 끝나는 9월부터는 네이버통장과 연결된 네이버페이의 월 결제액 조건도 맞춰야 한다. 네이버페이 결제액이 월 10만원 이상이어야 연 3% 수익률을 받을 수 있다. 결제액이 10만원 미만이라면 예치금이 100만원 이하라도 수익률은 연 1%로 떨어진다. ‘통장’이라는 이름과 달리 예금자보호가 안 된다는 점도 주의해야 한다. 네이버통장은 종합자산관리계좌(CMA)라 은행 정기예금이라면 5000만원까지 가능한 예금자보호 대상이 아니다.
다만 네이버통장은 100만원을 맞춰서 넣어두고 네이버페이를 매달 10만원 이상 이용하는 사람은 좋다. 네이버통장에서 충전한 포인트로 결제하면 최대 3%가 적립되기 때문이다. 이달 네이버가 출시한 ‘네이버플러스 멤버십’에까지 가입했다면 최대 9%까지 포인트가 적립된다. 평소에 네이버쇼핑을 자주 이용하고 온·오프라인에서 네이버페이 결제를 자주 하는 소비자라면 ‘연 3% 수익률’을 훨씬 넘어서는 적립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네이버 헤비유저’를 타깃으로 한 상품이다.
네이버페이의 ‘라이벌’ 카카오페이는 어떨까. 카카오페이머니를 손쉽게 업그레이드해 만들 수 있도록 한 카카오페이증권 계좌의 혜택은 눈길을 끌지 않는다. 지난 2월 출시 후 ‘연 5%’ 수익률을 지급하던 이벤트 기간도 끝난 데다 카카오페이 결제를 많이 해도 받을 수 있는 혜택이 미미해서다. 카카오페이는 증권계좌에서 결제 시 랜덤으로 ‘알 리워드’를 지급하고 이를 각종 펀드에 자동 투자할 경우 지급액의 두 배를 자동 투자해 준다. 하지만 지급 액수가 워낙 적고 랜덤이라 계획적인 ‘돈 모으기’는 쉽지 않다.
다만 네이버통장과 비슷한 카카오페이의 제휴 CMA 통장은 눈여겨볼 만하다. ‘NH투자증권 카카오페이 CMA’ 통장은 카카오페이 앱에서 개설 시 6개월간 연 3.5% 수익률을 지급한다. 최대 납입 한도는 200만원이다. 단 6개월 이후부터는 금액·기간과 상관없이 수익률이 연 0.55%로 뚝 떨어진다. 6개월짜리 적금이라 생각하고 200만원만 맞춰서 6개월만 넣어둘 소비자에게는 좋은 혜택이다.
○월급 쪼개서 입출금통장에 나누기
매달 월급을 쪼개서 각기 다른 빅테크 통장에 최대 금리를 받을 수 있는 금액만큼만 넣어 둔다면 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다. SK텔레콤 이용자라면 지난달 출시된 ‘T이득통장’을 활용하는 것도 좋다. T이득통장은 SK텔레콤이 산업은행 및 핀테크 업체 핀크와 손잡고 출시한 상품이다. SK텔레콤을 이용하는 금융소비자라면 연 2% 금리를 받을 수 있다. 시중은행의 자유입출금 통장은 금리가 통상 연 0.1%대인 점을 고려하면 파격적인 금리 혜택이다. 연 2% 금리를 받기 위한 최대 금액 한도는 200만원. 200만원이 넘어서면 금리는 연 0.5%로 ‘반의 반토막’이 나니 정확히 200만원을 맞춰 놓는 것이 중요하다.
페이코 앱을 자주 사용한다면 NHN이 SC제일은행과 손잡고 내놓은 자유입출금통장 ‘페이코 제일EZ통장’도 ‘파킹통장’ 용도로 활용할 만하다. 이 상품은 페이코 앱에서 계좌를 개설하면 연 0.9%의 금리를 준다. 금리는 매력적이지 않지만 한도는 300만원으로 다소 높다.
토스와 수협은행의 제휴상품 ‘통장 속 금고’는 최대 1000만원까지 연 최고 0.75% 금리를 준다. 수협은행 입출금 계좌인 ‘잇딴주머니’가 있다면 가입할 수 있다. 하루만 가입해도 금리를 주는 일명 ‘파킹통장’ 용도로 출시된 상품이다. 금리는 시중은행 정기예금보다 크게 높지 않지만 정기예금으로 1년간 돈을 묶어 두고 싶지 않다면 고려할 만한 상품이다.
‘빅테크 통장’을 제대로 활용하고 싶다면 자신이 자주 사용하는 통신사와 간편결제 등을 고려해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 우선순위에 따라 매달 월급에서 남는 돈을 넣어둔다면 ‘제로(0)금리’ 시대에도 최대한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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