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농협리츠운용이 미매각 해외부동산을 'NH프라임리츠'에 추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나섰다. 미매각 부동산이란 증권사와 자산운용사가 부동산을 매입한 뒤 지분을 쪼개 기관투자가들에게 재판매(셀다운)에 나섰으나 팔리지 않은 물건들이다. 분양에 실패한 미분양 아파트와 비슷하다.
28일 부동산금융업계에 따르면 NH리츠운용은 NH투자증권이 인수한 뒤 셀다운에 실패한 프랑스 파리의 투어에크호, 핀란드 헬싱키 OP파이낸셜 빌딩 등의 일부 지분을 NH프라임리츠에 추가하는 유상증자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규모는 약 700억원으로 지난 26일 기준 시가총액 약 852억원과 비슷할 정도로 큰 금액이다.
NH프라임리츠는 다른 리츠와 비교하면 주가도 낮은 상태다. 지난 3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사태로 인한 증시 폭락 이후 신한알파리츠와 롯데리츠 이리츠코크렙 등은 공모가격인 5000원 이상으로 반등했으나 NH프라임리츠의 주가는 4565원으로 공모 기준 가격인 5000원 이하에 머물고 있다. 지난해말 연평균 배당수익률 5.5%(공모가인 5000원 기준)를 내세워 317대 1의 공모주 청약경쟁률을 기록한 것에 비하면 초라한 수준이다.
낮은 주가의 원인으로 NH프라임리츠가 부동산의 소수 지분으로 만들어졌다는 점도 지목된다. 설립 당시 부동산 사모펀드 지분들을 기초자산으로 만들어졌다. 서울스퀘어 강남N타워 삼성물산 서초사옥 삼성SDS 등 초대형 건물들을 보유한 사모펀드 지분을 모아 만든 재간접 방식이다. 업무용 빌딩이나 상업시설 전체를 보유한 신한알파리츠나 롯데리츠 등 다른 리츠와는 다른 구조다.
건물을 직접 기초자산으로 한 리츠들은 부동산 시장 상황에 따른 위험만 부담하는 반면 NH프라임리츠와 같은 재간접 리츠는 부수적인 위험도 부담한다. 만기가 5~7년으로 정해진 사모펀드 지분을 담고 있어 기초자산인 펀드가 언제 어떻게 청산되는지에 따라 손익이 엇갈릴 수 있다. 소수 지분만 담고 있어 건물에 대한 관리 처분권한도 제한된다.
업계 안팎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리츠자산관리사 관계자는 "연기금과 공제회 등 투자기관들의 눈높이가 높아지면서 증권사들이 재매각하지 못한 부동산이 많아졌다"며 "기관투자가들에게 외면받은 물건을 개인투자자들에게 넘기는 수단으로 리츠가 활용되는 것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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