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대책과 관련, 여권 내에서도 반발이 나오고 있다. 2017년 당시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은 집값 안정을 호언장담하며 "내년 4월까지 집 팔 기회를 드리겠다"고 했지만 여권 내부에서조차 "정부 경고를 무시한 사람들만 돈을 벌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29일 '친문(친문재인)계 인사'로 꼽히는 박남춘 인천시장과 더불어민주당이 다수당인 인천시의회가 정부의 6·17 부동산 대책에 사실상 반기를 들었다.
민주당 인사가 장악한 광역단체와 광역의회 중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공개 반발한 것은 인천시가 처음이다.
인천시는 "6월30일 관내 기초단체 등의 의견이 취합되는 대로 7월께 부동산 대책 개선안을 정부에 건의하겠다"면서 "투기·조정대상지역 해제, 선별적 지정이 주 내용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같은날 진보 성향 시민단체인 참여연대도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실패로 규정하고 전면 전환을 요구했다.
참여연대는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3년 동안 21차례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지만 땜질식 핀셋 규제와 오락가락하는 정책 추진으로 주택 가격은 여전히 흔들리고 있다"면서 "핀셋, 땜질, 뒷북 규제와 임대사업자들에게 과도한 특혜를 제공하면서 무주택 세입자들의 주거 안정 대책 추진에는 미온적인 문재인 정부의 주거·부동산 정책은 사실상 실패했다"고 비판했다.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을 지낸 조기숙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도 가세했다. 조기숙 교수는 30일 페이스북을 통해 "문재인 정부가 교육은 포기했어도 부동산만큼은 중간이라도 가면 좋겠다"면서 부동산 정책을 비판했다.
조기숙 교수는 "나는 이번 6.17대책과 전세대란의 직접 피해자이기도 하다"라며 "부동산 정책은 국민의 삶과 재산에 너무 밀접한 정책이다. 국민이 실험대상도 아니고 아무리 대책을 내놔도 먹히지 않으면 다양한 의견을 청취해 정책 변화를 가져오는 게 당연한 것 아닌가. 높은 지지도가 이런 당연한 정책결정 과정의 생략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그간 정부와 대부분 사안에서 입장을 같이 해온 정의당마저 부동산 대책에 대해서만큼은 문재인 정부를 맹공하고 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 지난 22일 열린 당 상무위원회에서 "부동산 대책의 근본적 재검토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심상정 대표는 "그간 정부 대책이 실효성 없는 뒷북 정책, 땜질 대책이었다"며 "근본적 쇄신 없이는 앞으로 수십 번의 대책이 나와도 부동산 투기는 못 잡을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 참모들마저 문재인 정부 부동산 대책에 동참하지 않는 것도 문제다.
지난해 12월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이 수도권 다주택 청와대 참모진들에게 "이른 시일 내에 1채만 남기고 처분하라"고 했지만, 반년이 지난 후 청와대에 남아있는 참모진 6명 모두 다주택 보유 상태라는 게 대표적 사례다.
조기숙 교수는 "참여정부 고위공직자 중에는 다주택자가 많았던 기억이 없는데 이 정부에는 다주택자가 많아 충격을 받았다"며 "대통령과 국토교통부 장관이 (집을) 팔라고 해도 팔지 않는 (고위공직자의) 강심장에 놀랐다"고 했다.
미래통합당은 논평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의 남은 임기 동안 집값이 얼마나 오를지 무섭다"며 정부의 부동산 대책을 비판했다.
배준영 통합당 대변인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발표한 '서울 아파트값 상승실태 분석발표'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들어 서울 아파트값이 무려 52% 상승했다고 한다"면서 "이명박 정부는 3% 하락, 박근혜 정부는 29% 상승했다. 문재인 정부의 남은 임기 2년을 합하면 집값이 얼마나 오를지 상상하기도 무섭다"고 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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