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과 이스타홀딩스의 고위직 간 인수 협상이 5월 초부터 열리지 않았다. 해외 기업결합심사를 위한 자료 교환 등 형식적인 교류는 하고 있지만 250억원에 달하는 이스타항공의 체불임금 등 핵심 조건을 협의할 소통 라인은 끊긴 상태다.
업계에서는 애경그룹이 이스타항공 인수에 회의적인 태도로 돌아선 영향으로 보고 있다. ‘이스타항공 인수로 제주항공까지 위험해질 수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5월 애경그룹은 비정기 사장단 인사에서 이석주 제주항공 사장을 AK홀딩스 대표로 선임했다. 이스타항공 인수에 적극적이던 안재석 대표를 빼고, 신중론을 펼친 이 대표를 앉힌 것이다. 제주항공 사장도 김이배 전 아시아나항공 전략본부장으로 교체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5월 사장단 인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리스크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진행된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9일 이스타항공이 체불임금 해결을 위해 내놓은 제안을 제주항공이 받아들일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스타항공 경영진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창업주인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회사에 헌납하기로 한 자녀들의 이스타홀딩스 보유 지분 38.6%(약 410억원어치)를 활용해 체불임금을 해결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는 제주항공과의 거래가 성사된다는 전제하에 가능하다. 하지만 이 지분에는 제주항공이 이행보증금으로 준 115억원이 포함돼 있어 이스타항공에 수혈되는 신규 자금은 295억원 정도에 불과하다. 여기서 세금, 부실채권 정리 비용 등을 제외하면 250억원의 체불임금을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어서 남는 액수를 제주항공이 떠안아야 할 수도 있다.
제주항공이 지난해 이스타항공에 빌려준 100억원 규모의 차입금도 문제다. 제주항공은 당시 이스타홀딩스가 보유한 이스타항공 지분 38.6%를 담보로 잡았다. 6월 26일 만기가 도래했지만 이스타항공은 차입금을 갚지 못한 상태다. 제주항공이 질권 실행을 하면 이스타항공은 한푼도 못 받고 이 지분을 넘겨야 할 수도 있다. 제주항공이 칼자루를 쥔 상황에서 체불임금을 부담할 가능성이 있는 인수 조건에 합의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정설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스타항공 창업주 일가의 무책임한 태도가 계속되고 제주항공마저 인수에 소극적으로 돌아서면서 매각이 장기 표류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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