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바꾼 밥상…밀키트社 첫 상장 도전

입력 2020-06-30 17:12   수정 2020-07-01 00:46

1만2900원에 소고기와 하얀 배춧잎, 초록 깻잎이 겹겹이 쌓인 밀푀유나베를 만들 수 있는 재료가 당일배송으로 현관 앞에 배달된다. 2인분을 만드는 데 드는 조리시간은 총 30분. 손이 많이 가는 전골 요리로 알려져 있지만 소고기와 각종 채소가 손질돼 있어 시간을 아낄 수 있다. 육수부터 고기와 채소를 찍어 먹을 수 있는 피넛 소스까지 함께 담겼다. 한 끼 식사를 위한 맞춤 재료가 배달되는 덕분에 음식물 쓰레기 걱정도 없다. 인스턴트 제품에서 경험할 수 없는 요리하는 재미도 있다. 밀키트(meal kit)가 급성장하는 이유다. 프레시지는 이 시장을 이끌고 있다.


예상 깬 밀키트 돌풍

급증하는 밀키트 시장을 평정한 프레시지는 국내 밀키트 업체 최초로 상장을 목표로 삼고 있다. 내년에 연간 흑자전환을 이뤄낸 뒤 2022년 기업공개(IPO)에 도전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프레시지에 날개를 달아준 것은 ‘코로나19가 바꾼 식탁 문화’다. 밀키트 열풍에 프레시지는 올해 매출 목표를 지난해보다 140% 높여 잡았다. 올 4분기 첫 분기 흑자전환도 노리고 있다.

프레시지는 ‘밀푀유 나베’ ‘시그니처 스테이크 세트’ ‘자이언트 부대찌개’ 등의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손질된 재료를 배달해줘 간단한 조리만으로 한 끼 식사를 할 수 있다. 지난해 프레시지는 급격한 변화를 겪었다. 정중교 프레시지 대표는 “하드웨어(생산시설 등)가 준비되지 않았는데 시장이 급성장해 당혹스러웠다”고 말했다. 프레시지는 연초 목표로 삼았던 1200억원에 못 미치는 711억원의 매출을 지난해 기록했다. 작은 공장 5개를 가동하면서 주문 물량을 맞추다 보니 내부 물류비용이 상상 이상으로 발생했다. 2018년 대비 매출이 226% 증가했지만 영업손실도 1년 새 61억원에서 149억원으로 불어났다. 이 기간 운반비가 17억원에 66억원으로 급증했다. 회사를 알리기 위해 광고비를 4억원에서 43억원으로 열배 이상 늘린 것도 영향을 미쳤다. 정 대표는 “추진하던 여러 건의 인수합병(M&A)이 좌초되면서 별도 기준으로 실적을 발표했기 때문에 목표 매출에 못 미치는 결과를 낳았다”고 설명했다.

신공장 발판 삼아 종합신선식품회사로

정 대표가 올 4분기 흑자전환을 자신하고 있는 이유는 지난 4월 가동을 시작한 ‘프레시지 용인 신공장’ 때문이다. 그는 지난해 450억원을 투자해 1만1000㎡(약 3400평) 부지에 4층짜리 공장을 세웠다. 연 매출이 1000억원도 안 되는 회사가 이 정도로 투자한 것은 그만한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신공장은 기존 인천 공장보다 연면적이 8배나 커졌다. 그간 불필요하게 발생했던 내부 물류비 등의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어 눈에 띄는 실적 개선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정 대표는 전망했다.

프레시지는 신공장을 발판으로 밀키트, 반찬, 도시락, 이유식 및 양념육을 아우르는 종합 신선식품 제조업체로 성장하겠다는 비전을 세웠다. 올해 들어선 15분 만에 요리가 가능한 로제 쉬림프 파스타부터 불고기, 우삼겹순두부찌개까지 당일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제품군도 밀키트에서 반찬, 샐러드 등으로 확대했다. 밀키트 월간 판매량은 2018년 초 4만 개 수준에서 현재 60만 개로 25배로 늘었다. 반찬 등 다른 제품군을 포함하면 월 100만 개씩 팔려나간다. 코로나19 사태로 장보기 문화가 주춤한 대신 밀키트 및 식품 배송 시장이 특수를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 1월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2024년 밀키트 시장이 7000억원 규모로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업계에선 코로나19 이전에 내놓은 관측이기 때문에 이보다 시장이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밀키트 시장에 투자하려는 투자자들은 몇 년 전부터 프레시지를 찾고 있다. 프레시지는 2016년 창업한 이후 3년여간 총 1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지난해 말 아홉 곳의 벤처캐피털(VC)과 금융회사로부터 500억원의 투자를 받는 과정에서 16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기도 했다.

정 대표는 “코로나19로 삶의 패턴에 많은 변화가 있었기 때문에 이 같은 흐름은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며 “내년 연간 흑자전환을 이룬 뒤 2022년 상장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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