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에서 대출이 전혀 되지 않는 15억원 초과 아파트 거래가 활기를 되찾고 있다. 마포구 대장 아파트로 꼽히는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 84㎡는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대출을 금지한 작년 ‘12·16 부동산 대책’ 이후 지난 4월까지 15억원 초과 아파트 거래가 단 1건에 불과했다. 그러나 5월 이후 9건이나 거래됐다. 서울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 3구 아파트값이 반등하자 마용성 아파트들도 ‘키 맞추기’를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30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에 따르면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 84㎡는 지난 15일 16억원에 거래됐다. 직전 거래가인 14억9000만원보다 1억원 넘게 올랐다. 인근 중개업소에서는 지하철 2·5호선 접근성이 좋은 4단지 로열층이 최근 16억7000만원과 17억원에 각각 거래됐다는 얘기도 돌고 있다. 아현스타공인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한동안 거래가 뜸했는데도 아파트값이 떨어지지 않자 관망하던 수요자들이 매수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전용 59㎡ 가격이 오르다 보니 전용 84㎡ 가격도 상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는 설명이다.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 59㎡는 지난 13일 13억7000만원에 거래되면서 최고가를 경신했다.
강북 도심의 대표 단지인 종로구 ‘경희궁 자이’ 전용 84㎡는 18일 16억9000만원에 신고가 거래됐다. 현지 중개업소에 따르면 최근 15억원 초과 경희궁 자이 아파트가 3건 이상 거래되는 등 거래가 활발해지고 있다. 홍파동 상경공인 관계자는 “6월 말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면제가 끝나기 전에 급매물이 정리됐다”며 “현재 전용 84㎡ 기준으로 호가는 17억~17억5000만원에 달한다”고 말했다.
15억원 대출규제를 우회하는 ‘살던 집 팔고, 그대로 전세 산다’ 형태의 거래도 많았다는 게 일선 공인중개사들의 설명이다. 다주택자들이 자신이 소유한 아파트를 파는 동시에 세입자가 되는 방식이다. 다주택자들은 양도세 중과 면제가 끝나는 6월 말 전에 주택을 파는 게 유리한 상황이었다. 이 때문에 대출받을 수 없는 매수자의 자금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자신이 세입자가 되면서 전세 낀 매물을 내놓았다는 설명이다.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강서구와 영등포구 등의 거주민들이 새로운 학군이 형성되는 마용성 아파트를 구입하기 위해 다주택자들과 이런 방법으로 거래를 많이 했다”고 전했다.
서울에서 15억원 초과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 1분기 810건에서 2분기 1506건으로 86% 증가했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시중에 유동자금이 넘치고 있어 서울 아파트값 상승을 대출규제만으로는 막기 힘들다”며 “주식시장 과세 정책으로 시중 유동자금이 다시 부동산으로 돌아오고 있다”고 분석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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