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부터 기본소득이 사회적인 이슈로 부상했다. 흥미로운 점은 복지 이슈를 오랫동안 고민한 전문가일수록 기본소득 도입에 반대한다는 것이다. 이상이 복지국가소사이어티 대표,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등이다.
이들은 기본소득과 한국 복지 시스템의 문제를 ‘강약약강’으로 요약한다. 여기서 강자는 집단을 형성해 ‘표가 되는 유권자’, 약자는 복지 혜택이 절실한 취약계층이다. 이 대표 등은 “정치인들이 표가 되는 강자만 의식하며 약자를 도와야 할 복지 시스템을 왜곡시키고 있다”고 주장한다.
대표적인 예가 만 65세 이상 노인 70%에게 월 25만~30만원씩 지급하는 기초연금이다. 기초연금 예산은 올해 13조원으로 불어났지만 26%에 달하는 노인층 절대 빈곤율은 줄어들지 않는다. 30만원이라는 돈이 절대 빈곤을 탈출하기에는 모자란 금액이어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18년 “(기초연금) 수급 대상을 줄여 취약계층에 실질적인 효과를 주도록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수급 대상을 절반 이하로 줄이고 1인당 수급 금액은 60만~70만원까지 늘려야 한다는 제안이다.
하지만 정부는 이렇게 제도를 개선할 계획이 없다. 이미 기초연금을 받고 있는 이들의 반발이 두려워서다.
이뿐만이 아니다. 경제적 어려움과 상관없이 특정 직업에 종사한다는 이유로, 특정 나이이기 때문에 받는 복지 혜택은 계속 늘고 있다. 농민들은 농업을 한다는 이유로 과수원을 수만 평 소유한 부농이라도 농민수당을 받는다. 화물차를 몰기 때문에 유류비 지원을 받고, 학생이라 교복비 지원을 받는다. 한 달 매출이 100만원이든 100억원이든 농민이면 정부가 건강보험료를 지원하는 정책은 2015년 이후에야 대상을 조금씩 축소하고 있다.
반면 계층 사다리 맨 아랫단에 있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들은 농민수당과 교복 지원 등에서 제외된다. 기초생활수급 자격을 박탈당하지 않으려면 이런 혜택들을 스스로 포기해야 한다.
복지제도를 통한 한국의 빈곤 탈출 효과는 OECD 회원국 중 뒤에서 세 번째다. 2010년대 들어 OECD 회원국 중 가장 빨리 복지예산을 늘리고도 받아 든 성적표다. 정치인들은 여기에 기본소득을 추가하려 한다. 강약약강 한국 복지는 도대체 어디까지 가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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