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 대표자는 지난 19일 부대표급 회의를 열어 선언문에 들어갈 주요 내용을 마련했다. 선언문은 △고용 유지를 위한 정부 역할과 노사 협력 △기업 살리기 및 산업생태계 보전 △전 국민 고용보험 등 사회안전망 확충 △국가 방역체계 확대 △이행점검 등 5개 장으로 이뤄질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고용 위기 극복을 위한 대책을 시행하고 노사는 고통 분담에 나선다는 게 주요 골자다. 합의안에는 국민취업지원제부터 보건의료 종사자 근무환경 개선까지 정부 시책이 다양하게 담겼지만 노사의 구체적인 고통 분담 방안은 빠졌다. 노동계의 해고 금지 요구나 경영계의 임금 동결·삭감 요구 같은 민감한 내용은 최종 합의에 방해가 될 것이 우려돼 담기지 않았다.
민주노총은 이 합의안을 토대로 29일부터 중앙집행위원회를 열었다. 정부와 경영계는 “이제 공은 노동계로 넘어갔다”며 민주노총의 결정에 주목했다. 하지만 민주노총은 이날 밤 12시를 넘겨 새벽까지 중앙집행위원회를 연 데 이어 30일에도 토론을 이어갔지만 30일 오후까지 결론을 내지 못했다.
금속노조 등 산별 조직들은 합의안에서 노동계가 요구하던 △5인 이하 사업장 휴업수당 △특고종사자 고용보험 전면 적용 등이 빠졌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거론했다. 또 △기업이 고용 유지에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경우 적극 협력한다는 문구가 들어간 것은 근로자의 희생과 양보만 의미하는 게 아니냐며 문제를 제기했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회의를 중단했다. 김 위원장은 “부족한 부분도 있지만 비정규 취약 노동자 보호, 전국민 고용보험 도입 등의 성과도 있었다”며 “(합의안을)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나는 그것을 살려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합의안에 단독 서명하는 것도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이른 시일 내 저의 거취를 포함해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며 배수진을 쳤다.
이날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중앙집행위원회를 열어 합의안을 수용키로 의견을 모았다. 한국노총은 앞으로 후속 논의 및 이행점검은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등 기존의 회의체를 활용하기로 했다.
민주노총이 한국노총과 달리 합의안을 최종 의결하지 않으면 22년 만의 노사정 대타협은 물건너간다. 노사정 대타협은 외환위기 때와 금융위기 때 있었지만 금융위기 당시엔 민주노총이 참여하지 않았다.
최종석 전문위원 js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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