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수제화 거리로 유명했던 서울 성수동이 '패션 클러스터'로 탈바꿈하고 있다. 시작은 10년 전이다. 성수동 대림창고가 패션쇼의 무대가 된 것이 유행처럼 번졌다. 2~3년 전부터 패션 브랜드와 각종 체험형 매장, 카페 등이 둥지를 트며 1020의 놀이터가 됐다.
요즘 성수동은 '뉴트로(새로운 복고)' 트렌드의 중심이다. 폐공장이었던 건물이 패션 브랜드의 일터가 됐다. 2~3년 전부턴 패션 브랜드와 회사들이 이곳으로 모여들었고 최근 아더에러 오소이 오아이오아이 등 인기 브랜드들이 우르르 매장을 열었다. 분크, 키키히어로즈, 젠틀몬스터, 카시나 등도 모두 최근에 성수동에 본사를 옮긴 회사들이다
트렌드에 민감한 젊은층들이 몰려들자 패션회사들도 집결했다. 최근 1~2년 사이에 이곳으로 사옥을 옮겼거나 현재 사옥을 짓고 있는 곳은 젠틀몬스터, 키키히어로즈, 분크, 무신사, 아더에러, ABK, 모던웍스, 키르시, 메종미네드 등 20곳 가까이 된다.
특히 체험형 매장으로 성수동에 진입하는 곳이 많다. 체험을 해본 뒤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밀레니얼세대들의 특징이기 때문이다. 일단 브랜드를 경험하게 하는 것이 마케팅의 기초라고 생각한 것이다.
대표적 예가 아모레 성수, 공간 와디즈, 무신사스튜디오, 성수연방, 대림창고 등이다. 아모레 성수는 아모레퍼시픽이 30여개 브랜드 제품 2300여종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지난해 10월 문을 열었다. 제품 판매는 아예 하지 않는다. 자동차 정비소를 개조한 곳으로 야외 정원을 바라보며 모든 제품을 편하게 써볼 수 있게 했다. 올 들어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메이크업 서비스 등 대면 서비스를 중단했지만 그럼에도 하루 평균 300명씩 이곳을 찾는다. 지난달까지 9개월 간 누적 방문자 수만 7만8000여명.
아모레 성수는 방문하기만 하면 무료로 샘플 5종을 골라 가져갈 수 있고 윗층의 오설록 카페 20% 할인쿠폰 등을 준다는 강점이 있다. 그 덕분에 방문객 중 20%가량이 온라인몰에 접속해 써본 제품을 구입하기도 했다. "자발적 입소문 마케팅을 기대한 전략이 통했다"는 게 아모레측 설명이다.
패션업계에선 "젊은 유동인구가 많은 성수동은 강남, 강북으로 이동하기도 좋은 데다 수제화 공장, 피혁제품 및 원부자재 업체 등이 밀집돼있어 제조 경쟁력까지 갖춘 곳"으로 분석하고 있다. 자동차 수리공장이 많고 수제화거리가 일찌감치 조성되면서 가방 부속품, 고리 등 아주 작은 부품들도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이다.
앞으로 성수동이 동대문을 넘어서는 '패션 클러스터'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지난해 방한했던 폴 스미스 디자이너가 "최근 성수동이 뜬다고 해서 방문했는데 자유분방한 분위기가 아주 인상적이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최근 문을 연 아더에러 성수동 플래그십스토어가 우주선, 침대 탈의실 등 내부 인테리어를 독특하게 구성한 것처럼 차별화를 시도하는 브랜드가 많아지는 것도 이같은 전망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이런 기세라면 제조부터 판매, 촬영 및 디자인 스튜디오 등이 밀집한 동대문처럼, 어쩌면 그 이상으로 '성수동 클러스터'가 발전해나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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