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이 국회 등원 시점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통합당 소속 의원 전원은 지난달 말 박병석 국회의장의 국회 각 상임위원회 강제 배정에 반발해 사임계를 제출한 뒤 상임위에 불참하고 있다. 당내에선 3차 추가경정예산안 심사 등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국회 보이콧(거부)이 장기화돼선 안 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다만 일부 의원 사이에선 “더불어민주당이 상임위원장 자리를 모두 가져간 마당에 아무 조건 없이 국회로 복귀할 순 없다”는 강경론도 나오고 있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1일 한 TV 방송에 나와 “통합당의 국회 등원 거부가 길어지진 않을 것”이라며 “뺨을 두들겨 맞고 돌아서서 바로 웃을 순 없지만, 포기하지 않고 국회에서 열심히 투쟁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는 “당 소속 의원의 능력과 전문성을 고려해 상임위원을 재배분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며 “상임위 배분이 끝나면 언제든 국회로 복귀할 것”이라고 했다. 박 의장은 통합당이 상임위원 사·보임계를 제출하면 허가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통합당은 이날 박 의장이 상임위를 강제 배정한 데 대해 헌법재판소에 권한 쟁의 심판을 청구했다.
전날 통합당은 3일로 예정된 3차 추경안 심사 기한을 오는 11일로 연장하면 상임위에 복귀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민주당은 ‘3일 처리’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김영진 민주당 총괄원내수석부대표는 전날 기자들과 만나 “추경안 심사 기한 연장은 고려 대상이 아니다”고 못 박았다.
이에 대해 주 원내대표는 “청와대 요청대로 불과 3~4일 만에 추경안을 처리하려 하는 데 우리 당이 들러리를 설 필요는 없다”며 “전날 어떤 상임위는 회의 시작 30분 만에 심사를 끝냈다고 하는데, (심사에 참여하면) 집중적으로 따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도 “상임위원이 배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뤄진 예산 심사는 불법이다. ‘대충 배를 출발시키고 이상이 발견되면 그때 대처하면 된다’고 생각한 세월호 선원들과 민주당이 다를 게 무엇인가”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정치권에선 통합당이 국회로 복귀한다고 해도 마땅한 대여 견제 방안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통합당은 야당을 배제한 채 추경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졸속 추경’의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제기한다는 계획이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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