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부펀드 한국투자공사(KIC)가 농협중앙회와 함께 해외 대체투자에 나서기로 했다. KIC가 관련 법에 규정된 기관 외에 다른 기관과 함께 투자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학주 농협중앙회 운용본부장(CIO)은 1일 KIC가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개최한 창립 15주년 기념 세미나에 참석해 "KIC와 해외 대체투자 펀드를 운영하기 위한 조인트벤처(JV)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본부장은 "투자자금이 늘어나고 있는데 투자 대상은 한정돼 있어 수익을 늘리기 위해서는 (좋은) 딜을 소싱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해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해외의 유망한 투자처에 관한 딜은 국내 기관에 아예 기회조차 돌아오지 않기 때문에, KIC와 함께 글로벌 네트워크 능력을 공유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KIC는 원래 한국은행 외환보유액과 기획재정부의 외국환평형기금을 운용하기 위해 2005년 설립됐다. 2006년에는 운용자산이 10억달러 수준이었지만 작년 말에는 1573억달러(약 182조원)로 커졌다. 이 가운데 한은과 기재부의 출자 규모는 약 1000억달러고 나머지는 500억달러 가량은 수익금이다.
KIC가 농협과 함께 해외 대체투자를 하게 된다면, KIC 관점에서는 최초의 '위탁투자' 사례가 된다. 해외에서는 수익성이 높은 국부펀드나 주 정부 펀드 등이 다른 기관투자자의 자금까지 받아서 함께 운용하는 일이 드물지 않다. 호주 퀸즐랜드 주의 자금을 운용하는 퀸즐랜드투자공사(QIC)는 네덜란드연기금 등 해외 약 100개 기관의 자금을 받아서 운용하고 있다.
다만 KIC는 설립 근거법령인 한국투자공사법에서 한은과 기재부 자금 외에 국민연금, 공무원연금의 자금만 위탁받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농협과 함께 해외 대체투자를 하는 것도 직접 KIC가 돈을 받는 대신 양측이 함께 합작사(JV)를 설립해서 이를 통해 자금을 운용하고 수익을 배분하는 형식을 띠게 된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국부펀드인 KIC는 2035년까지 자산 규모를 현재의 3배 수준인 4000억달러로 늘리겠다는 내용의 신성장비전 'SGV2035'를 발표했다. 최희남 KIC 사장은 '신뢰(trust)를 바탕으로 국부를 늘려나가는 세계 일류 투자기관'을 새 비전으로 밝히고, 이를 위해 '국가자산의 운용 업무를 효율적으로 수행해 금융산업 발전에 이바지하겠다'는 것을 조직의 목표(미션)로 선언했다.
최 사장은 이를 위한 3가지 전략으로 장기 수익성을 증진하고, 국내 금융산업 발전을 지원하며, 책임경영을 구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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