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자산운용사 대표들은 코로나19로 시장이 변곡점을 지나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혁신기업과 성장주에 투자하라”고 입을 모았다. 운용사 대표 10명에게 퇴직연금 펀드를 추천받은 결과 자사와 타사 펀드를 불문하고 국내외 성장주 펀드에 가장 많은 표가 몰렸다. 코로나19 사태로 한국은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 전통의 강호 대신 새로운 성장주, 특히 비대면 업종에서 기술력을 갖춘 소수 종목이 주식시장의 주류로 부상했다는 설명이다.
이 상품은 혁신기업, 고부가 가치 창출 기업에 집중하면서도 미국, 유럽, 중국 등 선진국과 신흥시장에 골고루 분산 투자하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페이스북, 알파벳, 아마존 등 미국 기술주 외에도 에르메스, 로레알 등 하이엔드 소비재주와 알리바바 등 중국 기업을 담고 있다. 2014년 설정된 퇴직연금형은 누적 102.06%, 올 들어 6%대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서유석 미래에셋자산운용 대표는 “역동적인 글로벌 경제 환경 속에서도 우수한 비즈니스 모델을 갖춘 글로벌 리딩 기업은 장기적으로도 성장을 이어갈 수 있어 연금 성과를 안정적으로 올리기에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 설정된 북미 주식형 펀드 중 최대 규모인 ‘AB 미국그로스’도 추천을 받았다. 지난달 순자산 1조원을 돌파한 이 펀드는 미국 IT, 헬스케어 업종의 대형 성장주 40~60개 종목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글로벌 혁신·성장주 펀드로는 ‘NH-Amundi 글로벌혁신기업’ ‘피델리티 글로벌테크놀로지’ 등도 추천 대상에 올랐다.
글로벌 우량주 중 잉여현금흐름이 높은 기업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심종극 삼성자산운용 대표는 “현금을 많이 보유한 기업은 위기 상황이 와도 수익 회복이 빠른 편”이라며 타사 펀드 중 ‘한국투자 웰링턴글로벌퀄리티’를 추천했다. 잉여현금흐름에 기반해 기업 이익, 밸류에이션, 주주 이익 환원, 성장성 등을 따지는 가치투자 철학에 기반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IT 기업 외에도 금융, 산업재, 헬스케어, 순환소비재 등의 비중이 높아 경기 사이클에 좌우되지 않는다는 점이 특징이다.
꾸준한 수익을 안겨주는 인컴자산 투자가 퇴직연금 펀드에 적합하다는 조언도 있었다. 김용현 한화자산운용 대표는 ‘피델리티 글로벌배당인컴40’을 추천하며 “퇴직연금은 주식형보다 혼합형으로 투자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세계 채권에 분산 투자하는 ‘미래에셋 퇴직플랜글로벌다이나믹’도 추천 펀드로 꼽혔다.
주요 운용사 대표들은 자사 펀드 중에선 타깃데이트펀드(TDF)를 대부분 추천 1순위로 꼽았다. 미래에셋자산운용, 삼성자산운용, 한화자산운용, KB자산운용 등은 투자자의 생애 주기에 맞춰 운용사가 알아서 주기적으로 포트폴리오를 리밸런싱(자산 재배분)해 주는 TDF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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