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리지 않는 문제나 협상…통념을 깨면 기회가 온다

입력 2020-07-02 15:18   수정 2020-07-02 15:20

한 유명 출판사가 전직 대통령의 전기 출판 계획을 세웠다. 작가는 도서관에 살다시피 하면서 대통령의 일생과 가족을 파헤쳤다. 그러다 원고를 넘기기로 한 날짜가 지났다. 출판사와 협의해 다시 받은 마감 날짜도 지났다. 한참의 시간이 더 흐른 다음 마침내 작가는 완성한 원고를 출판사에 보냈다. 흠잡을 데 없는 원고였지만 문제가 하나 있었다. 원고가 1400페이지에 달했다. 출판사는 분량을 편집해달라고 요청했다. 작가는 거절했다. 양측은 서로 물러서지 않고 팽팽히 맞섰다. 결국 협상은 결렬됐다. 작가는 착수금을 출판사에 돌려줬다. 그런 뒤 다른 출판사의 문을 두드렸다. 새로운 출판사 역시 책의 방대한 양이 걱정됐다. 하지만 묘안을 낸 편집자 덕분에 책은 무사히 출판될 수 있었다. 그 아이디어는 특별한 것이 아니었다. 그냥 책을 두 권으로 나눠 내자는 것이었다.

출판된 책은 엄청난 인기를 모았다. 제1권은 《엘리노어와 프랭클린》이라는 제목으로 700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책이었다. 작가 조지프 래시는 퓰리처상과 미국도서상의 영예를 안았다. 제2권으로 나온 《엘리노어, 그녀가 홀로 보낸 시간들》 또한 베스트셀러에 등극했다. 미국 제32대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과 부인 엘리노어 루스벨트 여사 이야기다. 엘리노어 여사는 책이 출간되고 세간에 알려지면서 미국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대통령 부인으로 존경을 받게 된다. 수십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이 두 책은 절판되지 않고 여전히 판매 중이다.

왜 첫 번째 출판사는 간단한 해결책을 생각해내지 못했을까? 아마도 작가가 적당히 편집해주기를 원했지만 거절하자 일이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을 것이다. 반면 두 번째 출판사는 원고의 분량이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봤다.

자신의 이름을 딴 쓰레기 수거업체를 운영하던 캘리 사버도 기존 통념을 깼다. 2010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션사이드 시청의 쓰레기수거 입찰 공고에서였다. 캘리포니아와 떨어진 애리조나주에서 사업하는 사버로서는 도저히 이 입찰에서 이길 방법이 없었다. 쓰레기 수거에 드는 운반비용이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다른 회사보다 비쌌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버는 결국 입찰을 따냈다.

오션사이드시의 주요 수입원은 관광산업이다. 사버는 오션사이드에서 파도타기를 하다가 중요한 사실을 알게 됐다. 해변이 침식돼 간다는 것이었다. 해변은 시가 자랑하는 주요 관광 수입원이었다. 그는 시청에 단순히 쓰레기 수거뿐만 아니라 해변을 보존하는 방안을 함께 제시했다. 사버의 회사는 애리조나주에 쓰레기 하치장이 있었다. 주변은 온통 모래였다. 회사 트럭으로 애리조나주에 있는 신선한 모래를 가져와 해변에 쏟아붓고 돌아오는 길에 쓰레기를 수거하는 방안을 시청에 제안한 것이 먹혀들었다.

두 사례는 공통점이 있다. 첫 번째 사례는 ‘출판 분량’, 두 번째는 ‘저가 입찰’이라는 통념을 깬 것이다. 결국 생각의 차이다. 풀리지 않는 문제나 어려운 협상도 생각을 조금만 바꾸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나눌 수 있는 파이가 커지는 것이다.

이태석 < IGM 세계경영연구원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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