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트립은 한국 여행상품 기획전에 앞서 15회에 걸친 중국 여행상품 라이브쇼로 약 1020억원의 판매고를 올렸다고 밝혔다. 같은 날 한국 여행상품과 함께 판매한 상하이와 청두, 광저우 등 여행상품은 한국 상품보다 5~6배 높은 실적을 기록했다. 씨트립의 한국 여행상품 기획전은 오는 7일까지 계속된다.
량 회장은 이날 한복을 차려입은 여성 앵커와 함께 갓을 쓴 선비 복장으로 등장했다. 라이브쇼 중간 량 회장이 선글라스를 끼고 싸이의 강남스타일에 맞춰 말춤을 추는 영상이 방영되기도 했다. 량 회장은 "한국은 코로나19 방역이 효과를 거두면서 부산, 제주 등을 중심으로 국내여행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기획전 상품 중 중국인들이 가장 뜨거운 반응을 보인 건 신라호텔과 제주 엠버리조트·호텔이다. 두 가지 타입의 숙박상품을 내놓은 신라호텔은 50% 할인가(1256위안)로 예약이 200건에 육박했다. 제주 엠버리조트·호텔은 기획전 상품 중 가장 할인 폭이 큰 60~80% 저렴한 가격으로 가장 먼저 매진 기록을 세웠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한국과 중국 양국의 관광교류는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한국 정부는 지난 2월 중국인에 대한 신규 관광비자 발급을 전면 중단했다. 이미 발급해 유효기간이 남아있는 3개월에서 5년짜리 복수(멀티)비자에 대해서도 효력 중지 조치를 내렸다. 입국비자 없이 방문이 가능하던 제주도도 코로나19 지역확산 우려로 무비자 입국을 잠정 중단했다.
중국도 한국인에 대해 관광비자 발급 제한, 입국자 2주간 의무격리 조치를 시행 중이다. 현재 한중 두 나라 간에는 외교나 공무, 투자, 기술교육 등 상용 목적의 입국만 허용된다. 씨트립이 이번 기획전에서 항공권을 제외한 호텔·리조트 등 숙박상품과 주요 관광지 입장권 등 유효기간이 긴 단품을 판매한 것도 이 때문이다. 량 회장은 이같은 상황을 고려해 라이브쇼 초반 "한국 정부가 외국인 입국을 허용해야 한국여행이 가능하다"는 단서를 달았다.
하지만 국내 인바운드 여행사와 호텔 등은 이번 씨트립의 한국 여행상품 기획전을 "그 자체로 의미가 크다"고 보고 있다. 한한령이 시작된 지난 2017년부터 최근까지 씨트립은 3년 넘게 한국 여행상품을 전면 중단한 상태였다. 사이트에서 일부 상품을 판매하기는 했지만 이는 중국인이 아닌 한국인을 위한 것이었다.
한 중국 전담 여행사 대표는 "이번 기획전을 공식적인 한한령 해제로 보기는 어렵지만 중국 정부가 한국 여행상품 판매를 용인했다는 점에서 그 자체로 상당히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여행사 관계자는 "여러 국가 중 한국을 첫 번째 기획전으로 정한 건 최근 중국 내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방증이 아니겠냐"고 말했다.
이선우 기자 seonwoo.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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