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재건축 추진 아파트들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지난달 정부가 발표한 ‘6·17 부동산 대책’에 따라 올해 안에 재건축 조합설립 신청을 마쳐야만 ‘2년 실거주 의무’ 규제를 피할 수 있어서다. 그동안 사업 진행이 지지부진했던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과 개포동, 경기 과천시 등 주요 재건축 단지의 조합설립 신청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직 안전진단도 통과하지 못한 초기 단계 사업장들은 사업 장기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2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수도권 투기과열지구에서 조합설립 이전 단계인 재건축 단지는 총 85곳, 8만643가구에 달한다. 이 중 45개 단지가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에 몰려 있다.
국토교통부는 ‘6·17 대책’에서 전세를 끼고 재건축 단지를 사는 ‘갭투자’를 방지하기 위해 재건축 아파트 소유자가 새 아파트 분양권을 받기 위해선 최소 2년은 거주해야 한다는 규제책을 내놨다. 조합원 분양 신청 때까지 합산 2년 거주 기간을 채우지 못하면 현금청산 대상으로 분류된다. 시세보다 낮은 감정가격을 받고 쫓겨나게 된다는 얘기다. 직장, 해외체류 등의 사정이 있어도 예외가 없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재건축 단지들이 조합설립을 서두르는 이유에 대해 “실거주 기간을 채우지 못한 주인들이 재건축 사업에 동의하지 않으면 사업 진행 속도가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번 규제가 재건축 사업 추진을 촉진하는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과거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시행을 앞두고 서초구 신반포3차·경남, 신반포4지구, 송파구 잠실 미성·크로바, 잠실 진주아파트 등이 관리처분인가 신청을 서둘러 사업 진행에 속도를 내기도 했다”며 “2년 실거주 의무 규제가 오히려 기존 재건축 사업에 촉진제가 됐다”고 말했다.
다만 아직 안전진단도 통과하지 못한 사업 초기 단계의 단지들은 타격이 불가피하다. 정부가 재건축 안전진단 문턱까지 높이면서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 등은 향후 사업 진행이 불투명해졌다.
압구정 신현대아파트 주민들도 최근 추진위준비위원회를 설립해 주민 동의를 받고 있다. 앞서 2018년 추진위를 구성한 압구정3구역(현대1~7·10·13·14차)도 2년 만에 조합설립을 서두르고 있다. 압구정동 한 정비사업 관계자는 “올해 안에 조합을 설립하지 않으면 실거주 요건이란 큰 ‘페널티’가 생긴다고 하니 갑자기 동의서를 낸 주민이 많다”고 말했다.
지난해 추진위 승인을 받은 개포주공5단지와 6·7단지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개포주공5단지도 오는 11월 안으로 조합설립 총회를 열고 연말까지 조합 신청을 마칠 계획이다. 개포주공 6·7단지는 얼마 전 주민총회를 열고 1년 넘게 공석이던 추진위원장을 선출했다.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2차도 다음달 말 조합설립 총회를 연다. 강동구 삼익가든, 삼익파크, 천호우성 등도 ‘6·17 대책’ 발표 직후 추진위 구성에 나서며 연말까지 조합설립 신청을 마치기 위해 준비 중이다.
경기도에선 과천주공 단지들이 조합 설립에 적극 나서고 있다. 최근 과천주공10단지는 추진위가 구성된 지 3년 만에 조합설립 신청 동의율을 채웠다. 주민 동의를 받고 있는 과천주공8·9단지 추진위도 절반 이상의 동의를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6·17 대책’ 발표 후 동의율이 낮았던 9단지 소유주들의 동의서 제출이 최근 눈에 띄게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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