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들어 22번째 부동산 대책이 예고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을 불러 종합부동산세 인상, 투기성 주택 보유자의 부담 강화 등을 지시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선 집값 상승→대책→잠시 주춤→상승 반전→추가 대책의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 정부 인사들의 부동산 철학 자체가 시장과 동떨어져 있다 보니 이 같은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국민의 대다수인 서민에게 안정적인 주택을 공급하는 것인데, 서울 강남 등 일부 지역의 집값을 잡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는 것이다. 이마저도 공급 확대는 외면하고 세금 인상 등 규제를 강화하는 것으로 대응하다 보니 실패의 연속이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이 때문에 청와대와 정부의 주요 인사는 집을 사는 걸 ‘투기’로 인식하고 있다. 김현미 장관은 2017년 ‘8·2 대책’을 내놓은 뒤 “이번 부동산 대책의 특징은 집을 많이 가진 사람은 불편하게 된다는 것”이라며 “꼭 필요해 사는 것이 아니면 파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 4월까지 양도세 중과를 유예하는 시간을 줬으니 자기가 사는 집이 아닌 집들은 좀 파시라”고 요구했다.
지역적으로는 강남 집값을 잡는 데 집중했다. ‘강남 불패’라는 인식만 없어지면 부동산 투기가 근절될 것으로 믿었기 때문이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 1월 KBS 라디오에 출연해 “모든 아파트 가격을 다 안정화하는 건 정책적으로 불가능하다”며 “강남 집값을 안정시키는 게 1차 목표”라고 했다.
연이은 대책에도 부동산 시장이 안정되지 않자 매매허가제를 주장하는 정부 인사도 생겨났다.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은 1월 CBS 라디오에 출연해 “부동산을 투기 수단으로 삼는 이에게는 매매허가제까지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에 정부가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당시 사유재산권 침해 논란이 일자 청와대는 “강 수석이 개인 생각을 말한 것일 뿐”이라고 한발 물러섰다. 그러나 결국 ‘6·17 대책’에 강남 대치동과 송파 잠실동 등을 거래허가지역으로 묶는 방안이 포함됐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더불어민주당 대표 시절인 2017년 10월 출입기자 오찬에서 “헨리 조지가 살아 있었다면 땅의 사용권은 인민에게 주되 소유권은 국가가 갖는 중국식이 타당하다고 했을 것이다. 오늘날 지금 봐도 타당한 얘기”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사유재산을 인정하는 가운데 수요 억제책에서 공급 확대로 방향을 틀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다주택자에 대한 징벌적 과세를 하고 대출을 틀어막는 것만으로 집값을 잡을 수 없다”며 “공급 확대를 부동산 정책의 기본 방향으로 정해야 부동산 시장이 안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구체적으로는 수도권 외곽에 신도시를 짓는 것보다는 서울 도심에 재건축 아파트를 늘려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부 교수는 “재건축 규제를 풀어주면 단기적으로는 주변 집값이 오르겠지만 대부분의 노후 아파트가 재건축된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져 장기적으로는 집값이 안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이날 성명에서 “서민에게 막대한 고통을 안겨주는 현 상황에 대해 반성하기는커녕 책임 회피로 일관하는 장관들부터 전면 교체해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비판이 끊이지 않자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부동산 시장이 매우 불안정해 국민께 송구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 대표는 “규제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인정했다.
정인설/성수영 기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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