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3일 여권 내 대북 전문가 그룹을 외교안보라인 전면에 배치하는 인사를 통해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강하게 나타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를 비롯해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후보자, 서훈 국가안보실장, 임종석 외교안보특별보좌관은 모두 현 정부와 김대중 정부에서 남북관계에 깊숙이 관여했던 핵심 인사들이다. 일각에선 ‘햇볕정책’ 전문가들의 전면 배치를 두고 외교안보 정책의 중심을 북한에 두겠다는 문 대통령의 강한 의지를 반영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이 장관 후보자는 전국대학생협의회 1기 의장 출신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이 야당 대표 시절 발탁해 국회에 진입한 4선 의원이다. 고(故) 김근태계의 대표 주자다. 2017년부터 매년 8월 비무장지대 걷기운동을 개최하는 등 남북관계 개선에 천착해왔다.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이 사퇴한 후 통일부의 역할 강화와 대북 현안을 파악하고 있는 정치인 출신 장관 후보자군 가운데 가장 유력하게 검토돼 왔다. 이 의원은 장관 지명 직후 “다시 평화로 가는 오작교를 다 만들 수는 없어도 노둣돌 하나는 착실히 놓겠다는 마음으로 임하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 초대 국정원장에서 청와대 안보책임자로 자리를 옮긴 서훈 내정자는 일찌감치 안보실장 후보로 거론돼왔다. 정의용 전 안보실장과 투톱으로 남북관계를 풀어온 경험과 국정원을 지난 3년간 안정적으로 관리해온 점 등이 두루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최근 북한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우리 정부가 서 내정자를 대북특사로 파견하려 했다는 내용을 공개하면서 운신의 폭이 좁아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지만 이번 인사를 통해 문 대통령의 여전한 신뢰가 방증됐다. 서 내정자는 “현재의 한반도 상황에 대해 신중하게 대응하되, 때로는 담대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준비할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 교수는 “청와대 안보실장까지 북한에 초점을 맞춘 인사라는 점에서 외교안보정책에 대한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미·중 갈등이 북한문제 못지않은 중요한 현안인데 북한 전문가로만 채워진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형호/강영연 기자 chs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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