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수사, 항명 아닌 의무라더니…" 조국 7년 전 발언 재조명

입력 2020-07-03 09:57   수정 2020-07-03 10:44



"지금까지는 지켜보았는데 더 이상 지켜보기 어렵다면 저도 결단할 때 결단하겠습니다."

독립적인 수사 주체인 검찰 내부에서 지난 1월에 이어 또 다시 '항명'이 주요 이슈로 떠올랐다.

1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검찰 간부 인사안에 별도 입장을 내놓지 않았단 이유로 여권은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 '항명'한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6개월도 채 지나지 않아 윤 총장의 최측근인 한동훈 검사장 연루 사건을 두고 추 장관은 '결단을 내리겠다'는 최후통첩 다음날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추 장관은 2일 윤 청장이 해당 사건 수사에서 손을 떼고, 전문수사자문단 소집도 중단하라고 지시했다.

추 장관은 한동훈 검사장이 연루된 채널A 기자의 강요미수 사건과 관련해 전문수사자문단 심의 절차를 중단하고, 수사팀에게도 수사 결과만을 윤 총장에게 보고하도록 하는 직무 독립성을 부여했다.
추미애, 윤석열에 수사지휘권 발동
추 장관은 대검에 보낸 지휘공문을 통해 수사가 계속 중인 상황에서 수사자문단 심의를 통한 성급한 결론이 진상규명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은 사회적 이목이 집중된 현직 검사장의 범죄 혐의와 관련된 사건이라며 공정하고 엄정한 수사 보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추 장관은 특히, 윤 총장의 수사자문단 소집이 절차를 어겼고, 별도로 열릴 예정인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의 결론과 다를 경우 생길 혼란도 감안했다고 지휘 배경을 밝혔다.

법무부 장관의 검찰총장에 대한 지휘권을 사용한 것은 역대 두 번째 사례로, 2005년 천정배 전 법무장관 이후 15년 만이다.

앞서 1월 추 장관은 검찰인사 단행 후 "검찰총장이 제 명을 거역했다"고 분노를 표출했다.

추 장관은 당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자신이 윤 총장의 의견을 듣지 않고 전날 검찰 간부 인사를 단행했다는 지적에 대해 “와서 인사 의견을 내라고 했음에도도 불구하고 검찰총장이 저의 명을 거역한 것이다”라고 반박했다.

추 장관은 “인사위원회 전 30분의 시간뿐 아니라, 그 전날에도 의견을 내라고 한 바 있다. 또 한 시간 이상 전화통화를 통해 의견을 내라고 했다”면서 “지역 안배와 기수 안배를 한 인사였다. 가장 형평성 있고 균형 있는 인사라 생각한다”고 자평했다.

추 장관은 검사장급 간부 32명의 승진·전보 인사를 단행하며 윤석열 검찰총장의 측근으로 분류되던 대검 간부들을 대거 교체했다.

추 장관과 윤 총장의 이같은 갈등으로 국민들은 검찰에 대한 신뢰를 거두고 있다.

어떤 사건이든 원칙대로 처리하면 될 일을 수뇌부가 어떤 성향이냐에 따라 수사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조국 과거엔 윤석열 항명 지지 "항명 아닌 의무"



이와 관련해 조스트라다무스(조국과 예언자 노스트라다무스의 줄임말)란 별칭을 가지고 있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과거 트윗 글이 또 화제가 되는 중이다. 그는 “상관의 불법 부당행위를 따르지 않는 것은 ‘항명’이 아니라 ‘의무’다”라고 주장했던 인물이다.

조 전 장관은 2013년10월 22일 트위터에 “언론이 권은희, 윤석열 두 사람의 행동을 놓고 ‘항명 대 소신’으로 프레임을 잡아 물을 타려 하는구나”라고 적었다. 앞서 전 정부에서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팀장이었던 윤 총장은 상부의 허가 없이 국정원을 압수 수색을 했으며 국정원 직원을 체포했다는 이유로 그해 10월 17일 직무에서 배제됐다. 이에 5일 후 조 전 장관이 해당 내용을 트윗한 것.

조 전 장관은 이후 2013년 10월 트위터에서 “윤석열 찍어내기로 청와대와 법무부 장관의 의중은 명백히 드러났다. 수사를 제대로 하는 검사는 어떻게든 자른다는 것. 무엇을 겁내는지 새삼 알겠구나!”라고 밝히며 현 정권의 행태를 그대로 지적한 듯한 발언을 이어갔다.

당시 집권 여당 지도부는 추 장관에 힘을 실어주며 ‘항명프레임’을 이어갔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검찰 인사 과정에서 발생한 검찰의 항명은 그냥 넘길 수 있는 일이 아닌 것 같다”며 윤 총장을 겨냥했다.

당시 원내대표였던 이인영 의원 역시 “검찰은 항명이 아니라 순명해야 한다. 그것이 공직자 사명”이라며 “윤석열에게 당부한다. 검찰 총수로서 인사권자의 인사 명령을 수용하고, 검찰조직을 신속하게 정비해서 자신의 업무를 집행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 즈음 추 장관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조두현 법무부 장관 정책보좌관에게 “지휘감독 권한의 적절한 행사를 위해 징계 관련 법령을 찾아놓길 바란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사진이 공개되며 징계절차에 직접 착수하는 것을 미리 의도적으로 드러낸 것 아니냐는 시선도 받았다.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는 윤 총장을 겨냥해 "만약에 군대에서 국방부 장관이 작전 지휘를 했는데 육군참모총장이 이런 식의 반응을 보였다고 하면 이것이야말로 항명이고 쿠데타 아니겠나'라고 비난했다.

법무부 장관의 15년만의 수사지휘권 발동과 관련해 윤 총장이 거취에 대한 입장 표명을 할지 온 국민의 관심이 쏠리는 형국이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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