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이 176.6%를 기록한 그리스. 최근 그리스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재정지출 증가로 이 비율이 200%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이에 그리스 정부는 유로존 채권단과 새로운 재정목표 설정에 관한 협상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리스는 왜 높은 국가부채 비율을 기록하고 있는 것일까?
“국민이 원하면 모두 다 해주라”
1970년대까지 그리스는 꽤 잘사는 나라였다. 조선, 해운, 자동차 등 제조업이 발전하였고 국가의 재정건전성 또한 양호하였다.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이 20%대였다. 하지만 역사의 흥망성쇠가 있듯, 그리스도 비극이 시작되었다. 1981년 총선에서 승리한 사회당의 안드레아스 파판드레우 총리는 “국민이 원하면 모두 다 해주라”며 최저임금 인상, 공무원 수 증가, 무상 의료, 연금 지급액 및 각종 복지수당 인상, 노조 활성화 등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정책을 시행했다. 그리스 국민은 환호했고, 집권당뿐만 아니라 상대편 정당들도 우후죽순 포퓰리즘 정책으로 국민의 선택을 받으려 했다. 시간이 흘러 2010년 그리스는 국제통화기금(IMF)과 유럽연합(EU)에 구제금융을 신청했다. 당시 구제금융을 요청한 그리스 총리는 파판드레우 총리의 아들인 게오르기오스 파판드레우였다. 구제금융 신청 당시 그리스의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은 100%를 훌쩍 넘은 상태였다. 포퓰리즘의 단맛에 빠져 정치도 경제도 모두 비극으로 끝난 것이다.하방경직적인 복지지출
그리스가 이처럼 몰락의 길을 걷게 된 것은 선심성 복지정책에 따른 재정 악화가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다. 공무원 수 증가로 관련 연금 지출이 급증하였다. 각종 복지수당(실업급여 등)의 인상은 고정적인 지출의 비중을 늘려 산업이나 사회간접자본(SOC) 등의 예산액이 상대적으로 줄었고 국가 경쟁력을 약화시켰다. 이 와중에 선심성 현금 복지지출의 ‘하방경직성’이 그리스의 재정 건전성을 더욱 악화시켰다. 하방경직성이란 경제학에서는 수요·공급의 원리에 따라 내려가야 할 가격이 어떠한 원인으로 인해 내려가지 않는 현상을 뜻한다. 하지만 복지와 관련한 하방경직성의 의미는 복지지출 항목을 늘리고, 한 번 지급하게 되면 이를 다시 없애거나 지급액을 줄이는 것 또한 어렵게 되는 상황을 뜻한다. 그리스·프랑스·독일·영국과 같은 선진국뿐만 아니라 한국도 공무원이나 군인, 국민연금 등과 같은 각종 사회보장제도에 대한 개혁을 시도하면 해당 단체나 국민의 반발로 사회적 갈등이 빈번해지는 것을 보면 하방경직적인 복지지출이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가늠할 수 있다.역사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국에서 그리스의 비극이 재현되는 것은 아닌지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한국 또한 최근 공무원 수를 늘리고, 최저임금을 급격히 올리며 실업수당 요건을 완화하는 등 그리스가 해왔던 정책들을 시행하고 있다. 올해는 긴급재난지원금과 같은 일회성 복지지출도 나타나고 있다. 이 같은 정책으로 현재 세대가 혜택을 누리면 현재의 국민 소득은 늘어나는 것과 같은 ‘착시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현상의 겉면만 보는 것과 같다. 결국, 복지지출은 정부 수입이라 할 수 있는 국민의 조세로 부담하는 것이다. 하지만 하방경직적인 복지지출이 늘어나면 결국 정부는 빚을 내야 한다. 정부의 1년 수입은 한정돼 있기 때문에 부족한 예산은 국채를 발행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가계도 빚이 늘어나면 파산하듯이 정부 또한 빚이 늘어나면 파산을 맞이한다. 결국, 이는 후세들이 부담해야 한다. 빚은 늘리기는 쉬워도 줄이려면 모든 경제 주체들의 희생을 필요로 한다. 한국은 그리스의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 역사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정영동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원 jyd54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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