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유일 '트럼프의 남자'마저…"트럼프 재선 힘들어"

입력 2020-07-03 13:52   수정 2020-07-03 14:05

반(反) 트럼프 정서가 강한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드물게 ‘ 트럼프의 남자’로 통했던 피터 틸 페이팔 창업자마저 태세 전환에 나섰다. 그는 소셜미디어 페이스북을 비롯한 실리콘밸리 기업들에 투자해 억만장자가 된 인물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2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선을 위한 기부금을 내거나 다음달 24~27일 열리는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공개 지지 연설을 할 계획이 없다고 주변에 알렸다. WSJ는 틸의 측근을 인용, 틸이 트럼프 대통령의 상태를 1960년대 인기 TV프로그램 ‘길리건의 섬’에 나오는 좌초된 배에 비유하며 재선 가능성에 회의적이라고 전했다.

틸은 2016년 당시 대선 도전자였던 트럼프 대통령에게 125만달러(약 15억원)를 기부했고,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지지 연설을 했다. 당시 ‘트럼프는 재앙’이라는 최고경영자(CEO)들의 집단 성명이 나올 정도였던 실리콘밸리 분위기와는 정반대 행보였다. 실리콘밸리 동료들에게 비난을 받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틸의 ‘트럼프 베팅’이 성공하자 벤처기업 투자뿐 아니라 정치 투자에도 일가견이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해 틸은 인수위원회에 합류했고, 2018년에도 기부하는 등 지지를 이어왔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소셜미디어에서 ‘막말 논란’을 일으킨 상황에서 페이스북만이 초기에 그의 편에 선 배경에도 틸이 관여했다는 추측이 나온다. 페이스북 이사회에 참여하고 있는 틸이 마크 저커버그 CEO의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틸이 트럼프 대통령에 등을 돌린 가장 큰 이유로는 하반기 미 경제 침체 가능성이 거론된다. 틸은 올 11월 기준 미 실업률이 두자릿수를 이어가며 불황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현직인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에서 불리하다는 것이 틸의 전망이다. 틸은 또 주변에 트럼프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처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며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틸이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 지지자로 ‘갈아탈’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틸은 최근에도 미 공화당 측에 후원금을 대는 등 정치성향에는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 선거캠프 측은 틸이 여전히 지지자라고 주장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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