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장관 후보자 발표와 함께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교체를 중심으로 한 외교안보라인 개편 발표를 준비하고 있는 청와대가 이르면 3일 늦어도 다음주 안에 정부 외교안보라인 개편을 발표할 전망이다.
그동안 안보실장 자리를 고사해왔던 서훈 국정원장이 최근 수용 의사를 밝히면서 급물살을 타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3일 복수의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정의용 실장은 지난 2일 광화문 인근 한식당에서 김유근 안보실 1차장, 김현종 2차장을 비롯한 비서관급 참모들과 고별 만찬을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안보실장으로의 자리 이동을 고사해왔던 서훈 원장이 여러 설득 끝에 결심하면서 안보라인 개편이 마무리됐다는 전언이다.
서훈 원장은 그동안 오래 호흡을 맞춰왔던 정의용 실장을 밀어내는 모양새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알려졌지만 남북 관계 복원의 차원에서 이를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현재 청와대가 이인영 의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대한 통일부 장관 후보자 검증 막바지 단계에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안보실장을 먼저 발표할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다.
청와대가 지난달 22일께 검증을 착수한 데다, 단수 후보로 진행되고 있는 점을 종합적으로 감안했을 때 늦어도 다음주 초 정도면 발표가 이뤄질 전망이다.
만일 이날 안보실장부터 발표를 하게 된다면 오후 3시로 예정된 구윤철 국무조정실장과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 임명장 수여식에 정의용 실장이 참석한 뒤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서훈 원장과 정의용 실장은 문재인 정부 외교안보 원년 멤버로 줄곧 호흡을 맞춰왔다. 지난 2018년 3월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특별사절단으로 평양을 방문했으며 4·27 판문점 1차 남북정상회담을 이끌어낸 것도 이들이다.
이후 이들은 문재인 대통령 외교안보 '투 톱'으로 역할 분담을 해왔다. 서훈 원장은 남북관계를, 정의용 실장은 한미관계를 책임졌다. 3년여 동안 대미 외교를 담당했던 정의용 실장이 물러나고, 서훈 원장을 배치한 것은 남북관계 복원을 강조해 온 문재인 대통령의 방향성이 담겨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와 함께 통일 문제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 온 이인영 의원을 통일부 장관 후보자로 발탁한 것도 남북관계에 힘을 쏟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여권에서는 김연철 전 장관 사의 표명 이전부터 힘 있는 정치인이 차기 후보로 적합하다는 주장을 흘러나왔다.
지난 4·15 총선에서 4선에 성공한 이인영 의원은 민주당 내 86그룹(80년대 학번·60년대생)의 리더이며 원내대표까지 지낸 중량감 있는 대표적 중진이다.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1기 의장으로 학생운동의 중심에 있었고, 정치에 입문해서는 노동과 인권, 통일 분야에 힘을 쏟아왔다.
지난 20대 국회 당시에는 전·후반기 모두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활동할 정도로 남북관계에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 특히 지난 2018년에는 남북경제협력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문재인 정부의 철학을 비교적 잘 이해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 원장의 후임으로는 김상균 국정원 2차장과 정해구 성공회대 교수가 거론되고 있다.
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pressc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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