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오일뱅크, 위기 정면돌파…"유화 비중 50%로 높일 것"

입력 2020-07-05 16:54   수정 2020-07-06 01:36


지난달 24일 찾은 충남 서산의 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 대산항 인근의 66만㎡ 면적 부지에는 복합석유화학공장(HPC·사진)을 세우기 위한 땅 고르기 작업이 한창이었다. 3년 전까지만 해도 바다였던 곳이지만 내년에는 현대오일뱅크의 ‘화학사업 전초기지’가 될 예정이다. 현대오일뱅크는 수요 정체로 인한 정유업계 위기를 석유화학 사업 투자로 돌파하겠다는 전략이다.

HPC 공장의 핵심은 ‘원유 찌꺼기로 석유화학 제품 원료를 만드는 것’이다. 정제 과정에서 남는 중질유분(DAO)을 사용해 폴리에틸렌·폴리프로필렌 등 올레핀 계열의 화학 제품 원료를 생산한다. 대부분 국내 석유화학사가 원료로 사용하는 나프타보다 15~20% 저렴하다. 현대오일뱅크는 롯데케미칼과의 합작 자회사인 현대케미칼을 통해 내년 8월까지 공장을 완공하고 본격 가동에 들어간다. 총 공사비만 2조7000억원에 달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이를 통해 연간 폴리에틸렌 75만t, 폴리프로필렌 40만t을 생산할 계획이다.

공장이 완공되면 현대오일뱅크는 국내 정유·화학 기업 중 유일하게 DAO 기반 석유화학 공정을 갖추게 된다. DAO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아스팔텐 찌꺼기가 나오는데 이를 처리할 수 있는 열분해 고도화설비를 현대오일뱅크만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일본의 노후화된 나프타분해설비(NCC)가 폐쇄되는 것도 호재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2022년을 전후로 연산 300만t 규모의 설비가 가동 중단될 것으로 추정된다”며 “DAO를 바탕으로 석유화학 시장을 공략해 연간 1조원의 영업이익을 안정적으로 낼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오일뱅크는 2022년까지 회사 전체 영업이익 중 화학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을 5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다. 올해 회사 비전에 ‘미래를 선도하는 에너지·화학 기업’으로 화학 부문을 추가했다. 세계적으로 정유 제품 수요가 정체된 반면 화학 제품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또 다른 자회사 현대코스모도 아로마틱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아로마틱 계열에 속하는 벤젠·톨루엔·자일렌(BTX) 등 석유화학 기초 원료는 합성섬유·플라스틱·휘발유 첨가제 등 다양한 화학제품에 사용된다. 현대코스모는 4~6월 진행된 정기보수에서 생산설비 효율화에 약 1000억원을 투자했다. 연산 생산량이 142만t에서 188만t으로 30%가량 늘어났다. 현대코스모 관계자는 “이번 투자를 통해 설비 경쟁력을 개선한 만큼 기존 중국에 치우쳤던 공급처도 다변화할 것”이라고 했다.

충남 서산=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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