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서울 사당동의 한 스튜디오에서 임지영을 만나 전날 공연 소감부터 물었다. “체력적으로도 힘들었지만 정신적인 압박감이 더 컸어요. 모든 걸 혼자서 오롯이 책임져야 하는 공연이니까요.”
그는 오는 11일 서울 중림동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에서 ‘바흐&이자이 솔로 2’ 공연을 연다. 바흐의 소나타 2·3번과 파르티타 2번, 이자이 소나타 2·3·5번을 연주한다. 이로써 바흐와 이자이의 무반주 전곡을 완주하게 된다.
바흐와 이자이 무반주 작품은 바이올린 한 대만으로 실내악 합주에 가까운 화음과 다채로운 선율을 표현해야 하는 곡이다. “바이올린으로 낼 수 있는 모든 아름다움이 담겨 있는 곡들입니다. 바이올리니스트에게 바흐 작품은 ‘구약성서’, 이자이 작품은 ‘신약성서’입니다. 평생 한 번은 해야 하는 전곡 연주여서 치열하게 준비했습니다.”
임지영이 본격적으로 연습을 시작한 것은 3개월 전이다. “혼자 연습실에 남아 악보를 분석하고 연주하는 작업을 반복했어요. 평소처럼 피아노 반주자가 없으니 외로웠죠. 한 달 전부터는 공연에 집중하기 위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가족과도 문자로만 대화했죠.”
첫날 무대에 대해 임지영은 후련함보다 아쉬움을 쏟아냈다. “체력 탓에 악보에 적힌 도돌이표를 지키지 않고 지나친 대목이 있었어요. 둘째날 공연에서는 욕심을 내려고요. 잘 준비해서 모든 마디를 빼놓지 않고 완벽하게 연주할 겁니다.”
임지영은 스무 살이던 2015년 세계 3대 클래식 콩쿠르 중 하나인 퀸엘리자베스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하며 이름을 세계에 알렸다. 이후 세계적인 오케스트라와의 협연 무대와 음반 작업으로 활발하게 활동해온 그가 고행(苦行)에 가까운 바흐·이자이 전곡 연주에 도전한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그는 “음악 인생에 이정표를 남기고 싶었다”고 했다. “콩쿠르 우승 이후 저 자신은 별로 달라진 게 없다고 생각했는데 당시 연주 영상을 보고는 깜짝 놀랐어요. 연주법이 저도 모르게 많이 변했더라고요. 바이올리니스트에게 성서 같은 작품을 연주하면서 제가 얼마나 성장했는지 되돌아보고 싶었습니다.”
임지영은 지난해 말 이번 공연을 기획했지만 엄두를 내지 못했다고 했다. 오케스트라 협연 무대가 일정표에 빼곡했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상반기 공연이 취소되면서 하나에 몰두할 수 있는 시간이 생겼어요. 지금 아니면 도전할 기회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임지영은 이후에도 꾸준히 바흐 전곡 연주에 도전할 계획이다. “60세가 넘어서도 바흐 전곡 연주회를 연 정경화 선생님처럼 오랫동안 음악생활을 하고 싶어요. 정 선생님처럼 언젠가 저의 연주가 후배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글=오현우/사진=김영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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