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가고 싶어요."
서툰 한국어로 또박또박 진심을 전했다. 화상 인터뷰 내내 모니터를 뚫고 나오는 상큼한 미소를 뽐낸 배우 류이호는 자신의 첫 예능 '투게더'에 대한 애정부터 함께 프로그램을 이끈 이승기에 대한 존중을 거듭 드러냈다. 자신을 제외한 모든 출연진과 제작진이 한국인이라는 도전적인 상황이었지만, 류이호는 "24시간 내내 모든 감각을 열고 분위기와 대화 내용을 파악하려 노력했다"면서 지난 시간을 전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 프로그램으로 제작된 '투게더'는 언어도 출신도 다른 두 명의 동갑내기 스타 이승기, 류이호가 올여름, 아시아 방방곡곡을 돌며 팬 찾아 떠나는 안구정화 힐링 여행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다. 인도네시아 욕야카르타를 시작으로 한 달에 걸친 아시아 6개 도시 여행기를 담았다.
류이호는 인디밴드 칭첸덴(輕晨電)에서 기타리스트로 활동했고, 영화 '안녕, 나의 소녀', '모어 댄 블루' 등을 비롯해 여러 드라마와 웹드라마까지 종횡무진하며 다재다능한 스타의 진면목을 보여주고 있다. 국내에서는 한국 드라마 '너를 사랑한 시간'의 원작인 '연애의 조건'을 통해 얼굴을 알렸고, '몰유명자적첨점점', '러브 인 더 키친' 등의 드라마로 아시아 전역에서 인기를 모았다. 연기력과 매력을 두루 겸비한 류이호는 수많은 남친짤을 생성하며 국내에서 '국민 남친'으로 등극, 한국 팬미팅을 성황리에 치르며 대표적인 청춘스타로 눈도장을 찍은 바 있다.
'투게더'에서는 이승기와 함께 아시아 곳곳을 여행하며 팬들과 만나는 모습으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리얼 버라이어티 예능은 처음"이라는 류이호는 '1박2일'과 '꽃보다 누나' 등을 통해 '예능 만렙'으로 인정받은 이승기와 함께 수상 시장 쇼핑부터 야시장 먹방, 더위를 날리는 각종 수상스포츠와 절경 속의 트래킹 등 가지각색의 풍광에서 벌이는 각종 미션들로 시청자들에게 대리만족을 느끼게 했다.
덕분에 '투게더'는 지난 6월 26일 공개된 이후 5개국 이상에서 오늘의 TOP10 콘텐츠로 꼽히며 뜨거운 인기몰이 중이다.
▲ '투게더'는 출연진부터 제작진까지 모두 한국인이었다. 출연을 결심하는 게 쉽지 않았을거 같은데.
처음부터 많은 걱정을 하지는 않았다. 아시아를 돌아다니며 팬들을 만난다는 콘셉트가 좋다고 생각했다. 이승기 씨의 작품을 예전부터 잘 봤고, '런닝맨' 제작진이라는 얘기를 듣고 과정의 어려움을 생각하지 않고 참여했다. 문화의 어려움이 있을 거라고 봤지만, 기대감으로 도전해보자고 생각하고 참여하게 됐다. 촬영을 하면서 많은 사람이 한국 분들이라 어떤 대화를 하는지알고 싶어서 항상 신경을 썼다. 모든 감각을 24시간 열어놓았다.
▲ 기대했던 바와 달랐던 부분은 없었나.
처음엔 허당기 있는 두 남자가 여행하며 알아가는 과정이라 생각했는데, 그런 많은 도전과 성장의 과정이 있는지 몰랐다. 알아가는 과정은 도전이었다. 팬들을 만날때마다 감동의 순간이었다. 우리를 이렇게 좋아해주실지, 그 나라에 우리 팬들이 있을지 전혀 알지 못했다. 제작진으로부터 어떠한 안내나 귀띔도 듣지 못했다. 이승기 씨와 서로 보완해주는 부분도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었다.
▲ 그동안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 출연하지 않은 이유가 있을까.
그동안 관심이 없었던 건 아닌데, 연기 위주로 활동하다 보니 여행을 좋아하고 관심이 많아도 참여하지 못했다.
▲ 파트너로서 이승기의 매력은 무엇일까.
장점이 정말 많다. 용감하고, 주변을 진정시킬 줄 알고 정말 똑똑하고 기억력도 좋다. 거기에 노래와 연기도 잘하는, 못하는게 없는 사람이다. 하나를 꼽기 너무 어렵다. 반응이 빠르고 잘하다 보니 스스로 '내가 반박자 느리다'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래서 항상 '괜찮아요?' , '도와드릴거 없나요?'라는 질문을 계속했다.
▲ 이승기, 류이호는 동갑이더라. 언어가 달라도 형성되는 공감대가 있을 거 같다.
우리 모두 긍정적이고 밝은 이미지라 닮아 보이는데, 다른 점도 있었다. 승기 씨는 체력이 좋고, 저는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한다. 여행을 좋아한다는 것에 대해선 공감대가 있었는데, 좋아하는 포인트는 달랐다. 그걸 보완해가는 과정이 재밌었다.
▲ 가장 기억에 남았던 장소와 힘들었던 미션은 무엇일까.
모든 도시가 특징이 있고, 기억에 남지만 그래도 가장 기뻤던 순간은 서울로 돌아와서 팬들을 만났을 때였다. 팬들을 만나기 위해 미션도 열심히 했고, 도전도 많이 했지만 일정 때문에 긴 대화를 할 수 없었다. 그런데 서울에서 그 분들을 다시 만나 카페에서 대화도 하고 함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는 점에서 감동이었고, 깜짝 놀랐다. 잊을 수 없을 거 같다.
다만 수면시간이 짧은 게 힘들었다. 이건 이승기 씨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다이빙을 하는 것도, 제 인생의 난제를 만난 느낌이었다. 8m 높이에서 뛰어내리라고 하는데, '어떡해야 하나' 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런데 후에 생각하니 어쨋든 무조건 뛰어내려야 하는 거였다. 그런 고민을 할 필요가 없었던 거다.(웃음)
▲ 방송을 통해 이승기 씨에게 많이 당한 모습이 그려졌다. 편집된 최종 화면을 보고 가장 배신감을 느낀 순간은 언제인가.
여전히 감사한 마음이 많다. 자카르타에서 팽이를 치는 장면이 있는데, 그렇게 열심히 뛰어왔는데 왜 팽이가 쓰러지는지 이상하긴 했다. 그런데 워낙 팽이가 치기 힘들긴 했다. 배신감을 느꼈다기 보단 배운 게 많았다.
▲ 시즌1을 하며 무엇을 배웠고, 시즌2를 하게 된다면 어떤 것들을 하고 싶을까.
뭔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걸 배웠다. 뭘 하든 진실되게 보여야겠다는 생각도 하게 됐다. 특히 서로를 믿어야 하더라. (한국말로)'친구에 대한 믿음이 중요하다'
▲ 두 사람의 웃는 얼굴이 닮았다는 평이 많았다. 만나기 전에도 알고 있었나?
웃을 때 밝고 긍정적인 인상을 주는 게 비슷한거 같다. 주변 친구들에게도 닮았다는 평을 많이 받았다. 그리고 긍정적인 성격도 비슷했다. 그래서 미션을 수행하면서도 서로를 챙기며 보완할 수 있었다. 다른 의견이 있는 경우가 있었지만, 잘 해결됐다. 여행은 파트너가 중요한데, 승기 씨와 여행은 편안하고 좋았던 기억 뿐이다.
▲ 한국 제작진과 호흡은 어땠나.
'투게더'는 저의 첫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대한 개념이 전혀 없었다. 샴푸, 린스, 비누도 안가져가서 PD님껄 빌렸다. 전 정말, 촬영할 때 말곤 호텔에서 지낼 줄 알았다. 그리고 한국 제작진은 프로페셔널 하더라. 언어상의 제약을 많이 느껴서 한국어 공부를 더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 이승기를 한마디로 소개한다면?
지, 덕, 체를 모두 갖춘 사람이다. 머리도 좋고, 체력도 좋고, 승부욕도 있다. 난 승기 씨보다 3박자 정도 항상 느렸다.(웃음)
▲ 이승기는 류이호가 놀랄까봐 살살했다고 하더라. 다시 만나면 '제대로 하겠다'고 하는데, 어떨까.
(한국말로)우와. 잠깐만요. 그렇게 한 게 부족한거냐. 하하하. 저를 방에 넣고 밖에서 문을 잠궈 버리지 않았나. 그리고 중간에 네팔에서 잠시 헤어졌다가 다시 만났는데 제가 '승기 씨가 이전에 출연한 프로그램을 보겠다'고 하니 '절대 볼 필요 없고, 다시 만나자'고 했다. 일부러 그런거 같다.
▲ 이승기와 처음 만났을 때 어떻게 친해졌나.
회의실 같은데서 만나서 인사하고 대화할 줄 알았는데 첫날부터 승기 씨를 만나는 미션이 시작됐다. 제가 호텔에 도착하자마자 승기 씨를 만나야 했는데 그 과정이 쉽지 않았다. 그리고 PD님에게 물어보면 항상 '몰라요'라고 하더라. 그래서 만난 순간이 감동적이었고, 쉽게 빨리 친해질 수 있었다.
▲ 코로나19로 이동이 힘든 시기에 나온 여행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다. 출연자로서 보면서 느낌이 남달랐을 거 같다.
요즘 여행하기 불편한 시기다보니 저희와 '랜선여행'을 한다고 느끼고 '힐링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투게더'를 보면서 저희 두사람이 어떻게 브로맨스를 만들어가는지도 지켜봐주셨으면 좋겠다. 몰랐던 두 사람이 친해지는 과정을 보는 것도 다른 여행 프로그램과 차별화되는 지점인거 같다.
▲ 한국활동 계획은 없나.
(한국말로) 한국가고 싶어요. '투게더' 프로모션차 한국에 갈 수 있다고 해서 기대했는데 최근 상황때문에 오지 못해 아쉽다. 한국 작품에 많이 참여하고 싶다. 한국어도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한국어를 잘하게 되면 더 좋은 작품을 만날 기회가 많아질 거 같다. 더 많이 소통하고 싶다. 이승기 씨가 했던 '리틀포레스트'라는 프로그램을 봤는데, 그런 작품이 있다면 꼭 하고 싶다. 그걸 하기 위해서 더 열심히 한국어 공부를 해야할 거 같다.
▲ 마지막으로, 잘생김의 비결은?
어머님 아버님께 감사하다. (웃음)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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