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투자가의 공모주 청약 열기를 반영하는 수요예측 경쟁률이 올해 상반기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신규 상장기업이 급감한 상황에서 비교적 안정적인 단기 투자처로서 인기가 이어진 까닭이라는 분석이다.
2일 한국경제신문 자본시장 전문 매체인 마켓인사이트 집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업공개(IPO)를 완료한 12개 기업(기업인수목적회사 8개사 제외)의 수요예측 경쟁률은 단순평균 832 대 1을 기록했다. 한국거래소가 관련 정보를 제공하기 시작한 2012년 이후 반기 기준 가장 높은 경쟁률이다. 직전 최고 기록인 작년 하반기의 602 대 1과도 큰 격차를 보였다.
전체의 절반을 웃도는 7개 기업의 수요예측 경쟁률이 1000 대 1을 넘어섰다. 온라인 광고대행업체 플레이디가 1271 대 1로 가장 높았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제조장비업체 엘이티(1256 대 1)와 고온 초전도체 선재(케이블)를 만드는 서남(1228 대 1) 등이 큰 관심을 모았다. 서울바이오시스와 위세아이텍, 제이앤티씨, SCM생명과학도 모집주식수의 1000배 넘는 기관 청약 신청이 몰렸다.
신규 상장기업이 예년보다 크게 줄어 경쟁이 더욱 치열했다는 평가다. 지난 상반기 신규 상장기업은 2014년 상반기(5건) 이후 6년만에 가장 적었다. 유가증권시장에 입성한 대기업이 한 곳도 없어 공모총액은 4258억원에 그쳤다. 한 증권사 주식발행시장(ECM) 총괄 임원은 “공모주는 경기 침체에도 비교적 안정적으로 단기 수익을 거둘 수 있는 상품”이라며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인기가 시들지 안았지만, 신규 공모가 워낙 적어 경쟁이 치열했다”고 설명했다.
수요예측을 통한 공모가액 확정 이후 참여하는 일반투자자의 청약 경쟁률은 올 상반기 12개사 단순평균 660 대 1을 나타냈다. 일반 청약 경쟁률은 작년 상반기부터 기관 수요예측 경쟁률보다 낮은 역전 현상을 이어가고 있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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