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환자가 타고 있는 구급차를 막아 환자 이송을 지체시킨 택시 기사에 대해 경찰이 형사법 위반 여부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으로 입건돼 있지만 형사법 혐의가 인정돼 추가 입건되면 처벌 수위도 높아질 수 있어 주목된다.
언론이나 청와대 국민청원 등에서 거론되고 있는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나 업무방해 등 형사법 혐의 전반에 대해 수사한다는 방침이다.
이용표 서울지방경찰청장은 6일 출입기자단 정례간담회에서 "강동구 '구급차 후송환자 사망사건'과 관련해 택시 운전사 A 씨를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 혐의로 입건해 한 차례 조사했다"고 밝혔다.
이 청장은 "현재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으로 입건돼 있지만 형사법 위반 여부에 대해서도 수사하고 있다"면서 "언론과 청와대 국민청원 등에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혹은 '업무방해' 등 여러 가지 사안이 거론되는 것에 대해 전반적으로 수사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택시 기사와 구급차 기사는 물론 구급차에 동승한 가족을 조사했고, 환자가 숨진 병원의 의료진에 대해서도 진술서를 받은 상태다.
폭넓은 수사를 위해 경찰은 강동경찰서 교통과 소속인 교통사고조사팀과 교통범죄수사팀이 수사하던 해당 사건에 같은 경찰서 형사과 강력팀 1곳을 추가로 투입했다.
이번 사건은 지난 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응급 환자가 있는 구급차를 막아 세운 택시 기사를 처벌해 주세요'라는 글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청원인에 따르면 지난달 8일 오후 3시15분께 폐암 말기의 청원인 어머니를 위해 구급차를 불러 병원으로 향했고, 서울 강동구 고덕역 인근 도로에서 차선 변경을 하다가 뒤에서 오던 택시와 부딪혔다.
택시 기사는 접촉 사고 처리부터 하고 가라며 9분간 구급차를 막아섰고, 병원에 도착한 청원인의 어머니는 5시간 만에 사망했다.
이 과정에서 택시 기사는 반말로 "지금 사건 처리가 먼저지 어딜 가느냐, 환자는 내가 119를 불러서 병원으로 보내면 된다" "저 환자가 죽으면 내가 책임질게. 너 여기 응급환자도 없는데 일부러 사이렌 켜고 빨리 가려고 한 게 아니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국민청원 글은 6일 오후 1시40분 기준 55만7938명이 동의했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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