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고 외치는 시위가 계속되는 가운데 지난 주말 미국 전역에서 폭력을 동반한 집회가 잇따랐다. 시위대 중 일부가 난사한 총기 사고로 어린이들이 목숨을 잃었다.
폭스뉴스 등 언론에 따르면, 미 독립기념일(7월 4일)을 맞은 지난 주말 전국 곳곳에서 시위 및 방화, 약탈이 벌어졌다.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웬디스 매장 인근을 운전하던 흑인 여성의 차량이 어디선가 날아온 총탄에 수 차례 피격됐다. 패스트푸드점인 웬디스는 지난달 12일 경관을 구타한 뒤 테이저건을 탈취했던 흑인이 경찰 총에 맞아 사망한 뒤 단골 집회 장소가 된 곳이다. 당시 사건이 벌어졌던 웬디스 매장은 시위대 방화로 전소된 상태다.
이날 피격된 흑인 여성은 웬디스 인근 주차장에 들어가려다 바리케이드를 설치한 채 출입을 통제하던 무장 시위대와 마주쳤던 것으로 알려졌다. 급히 차를 돌려 현장을 빠져나가려고 시도하다 총탄 세례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여성이 차에 태우고 있던 8살짜리 여아(세코리아 윌리엄슨)가 총에 맞아 피를 흘렸고, 인근 병원으로 급히 데려갔으나 숨졌다는 게 경찰 측 설명이다. 총격을 가한 용의자는 적어도 두 명 이상으로 파악됐다. 사망한 아이의 아빠는 언론 인터뷰에서 “우리 아이는 단지 집에 가서 사촌과 놀고 싶었을 뿐”이라고 울먹였다.
역시 흑인 여성인 케이샤 랜스 바텀스 애틀랜타 시장은 5일 밤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이 정도면 충분한 것 아니냐”(Enough is enough)며 폭력 시위를 비판했다. 그는 “(8살 여아의 사망 사건을) 경찰 탓으로 돌릴 순 없다”며 “(일부 시위대는) 어떤 경찰보다도 더 큰 해악을 끼치고 있다”고 했다.
다른 도시에서도 어린이들의 희생이 잇따랐다. ‘무법 천지’로 바뀌고 있는 시카고에선 지난 이틀 간 어린이 두 명이 총에 맞아 숨졌다. 어린이 사망자는 7살짜리 흑인 여아와 14살짜리 소년으로 파악됐다.
7세 여아(나탈리아 월리스)는 할머니 집에서 자전거를 타며 놀다 괴한이 쏜 총에 머리를 맞아 즉사했다. 월리스의 아빠인 네이선 월리스는 기자회견에서 “더 이상 말을 걸 수도, 안아줄 수도, 자기 전에 얘기할 수도 없다는 게...”라며 제대로 말을 잇지 못했다.
14세 소년 역시 시카고의 대규모 집회 인근에서 무장한 괴한 4명에게 피격됐다. 괴한들은 멀리 떨어져 있던 소년 무리를 향해 총기를 난사했고, 이 자리에서 3명이 숨졌다고 한다.
지난 주말 시카고에서만 총 17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뉴욕에선 같은 기간 44명이 다쳤고, 최소 6명이 살해된 것으로 파악됐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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