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바이벌 프로그램 속 '리더의 재발견'은 불변의 법칙인 걸까. 거듭되는 경쟁 속에서 아이돌 그룹 리더로서의 자질을 아낌없이 펼쳐 보이는 이들의 활약이 계속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때로는 세심하고 다정하게, 때로는 단호하고 듬직한 모습으로 시청자들의 마음까지 리드하는 이들을 보면 왜 리더가 되어야만 했는지 그 이유가 명확히 그려지는 듯 하다. 정말 반가운 재발견이 아닐 수 없다.
아이돌 그룹을 기반으로 한 K팝의 영향력은 현재 국내를 넘어 해외로까지 뻗어나가며 글로벌 음악 팬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중이다. 수년의 연습 기간을 거친 다인원 멤버들이 안정적으로 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개개인의 매력과 실력만큼이나, 팀워크가 상당 부분 중요하게 작용한다. 특히 각 포지션이 다채롭게 어우러진 그룹 내 중심을 잡고, 특출난 리더십으로 팀을 이끄는 리더의 역할을 무시할 수 없다.
이제 무조건 나이순으로 리더가 되던 시절은 갔다. 각 연예 기획사들은 음악적 역량, 리더쉽, 인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 팀을 장기적으로 이끌어나갈 리더를 선발하는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 같은 리더의 자질은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도 빛을 내며 '원석 중의 원석'이라는 평가를 이끌어내고 있다. 리더의 진면목을 제대로 펼쳐보였던 사례들을 짚어봤다.
그룹 빅톤 한승우는 2016년부터 묵묵히, 그리고 꾸준히 팀을 이끌어온 리더로 주목 받았다. 데뷔 이후 크게 빛을 보지 못했던 빅톤을 대표해 Mnet '프로듀스X101'(이하 '프듀X')에 출연했던 그는 자신보다 어린 참가자들에게 힘을 북돋워주고 아낌없이 조언을 해주는 모습으로 박수를 받았다. 평소 빅톤의 리더로 보여주던 듬직하고 성실한 면모를 솔직하게 드러내 시청자들의 큰 응원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대중에 눈도장을 확실히 찍은 빅톤은 이후 데뷔 후 처음으로 음악방송 1위를 거머쥐는가 하면, 첫 단독 콘서트를 개최하기도 했다. 팀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한승우 역시 빅톤으로 재합류한 뒤로 최선을 다해 그룹 활동에 전념했다.
한승우의 음악적 역량도 주목할 만 하다. 그는 빅톤 데뷔 앨범부터 타이틀곡 작사에 참여하는가 하면, 이후 앨범에서는 랩메이킹에 작곡까지 도전하며 실력을 입증했다. 뿐만 아니라 '프듀X'에서는 랩은 물론, 뛰어난 보컬 실력까지 자랑해 놀라움을 자아냈다.
한승우는 오는 8월 데뷔 4년 만에 솔로 데뷔를 한다. 든든한 빅톤의 리더에서 이제는 솔로까지 도전하는 그가 보여줄 무한한 가능성에 기대가 모아진다.
그룹 (여자)아이들 전소연은 '만능'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리더다. 그는 Mnet '퀸덤'에 출연해 매번 예상을 뒤엎는 편곡과 강렬한 무대를 연출해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여자)아이들은 출연 팀 중 막내였지만, 실력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았다. 그 역할의 중심에는 리더 전소연이 있었다.
앞서 전소연은 Mnet '프로듀스 101', '언프리티 랩스타'에 연이어 출연해 노래와 랩, 춤은 물론 작사, 작곡까지 소화하는 '만능 캐릭터'로 호평을 얻었다. '퀸덤'에서도 매 경연마다 편곡부터 퍼포먼스, 무대 연출까지 모든 부분을 진두지휘하며 고퀄리티 (여자)아이들표 공연을 만들어냈다. 함께 출연했던 팀들도 전소연의 천재적인 능력에 연신 호응했을 정도였다.
전소연의 음악적 역량은 아이돌 그룹들 사이에서 이미 자자하게 소문이 났다. 데뷔곡 '라타타(LATATA)'를 시작으로 (여자)아이들의 모든 활동곡이 전소연의 손에서 탄생했다.
최근 (여자)아이들은 데뷔 후 첫 단독 콘서트를 개최하고 본인들의 곡만 무려 14곡을 선보였다. 이 중 멤버 민니와 우기의 자작곡인 '아이 엠 더 트렌드(I'M the Trend)'를 제외한 13곡이 전부 전소연이 작업에 참여한 곡이었다. (여자)아이들의 색깔을 제대로 구현해낸 전소연의 활약은 이제 시작인 듯 하다. 팀의 매력을 정확히 아는 전소연을 필두로 한 이들의 성장에 이목이 집중된다.
최근 가장 눈에 띄는 리더십을 발휘한 리더를 택하라면 베리베리의 동헌을 빼놓을 수 없다. 데뷔한 지 갓 1년을 넘긴 베리베리를 이끄는 동헌은 Mnet '로드 투 킹덤'에서 호랑이 리더로 불리며 각 팬덤 사이에서 화제를 불러 모았다. 베리베리에게 붙는 수식어는 '칼군무'. 7명의 멤버가 마치 하나인 것처럼 움직인다는 것은 그만큼 완벽한 호흡을 위해 상당 시간 연습에 투자한다는 것을 입증하는 가장 확실한 예다.
동헌은 '로드 투 킹덤'에서 7명도 아닌, 무려 17명을 이끌고 퍼포먼스 무대를 완성했다. 그의 노력이 만들어낸 컬래버레이션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동헌의 공이 컸다. 17명이 한 무대에서 칼군무를 완성하려니, 준비 과정부터 만만치 않았다. 그 가운데 동헌은 호랑이 리더를 자처하고 나섰다. 완벽한 퍼포먼스를 위해 동생들을 혼내며 따끔한 충고도 서슴지 않았다. 그 덕분에 베리베리와 TOO는 완성도 있는 무대를 펼칠 수 있었다.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통해 무대를 준비하는 과정을 들여다보니 리더 동헌의 단단하고 듬직한 면모가 더욱 확실히 느껴졌다. 아직은 '햇병아리'인 베리베리이지만, 팀의 리더로 중책을 맡고 있는 동헌은 최근 컴백 쇼케이스에서 리더로서 느끼는 책임감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했다. 그는 "리더로서 큰 프로젝트가 있을 때 부담을 느낀다"면서 "다같이 고생하고 열심히 하는데 내가 지친 모습을 보이면 동생들까지 지칠 것 같아서 최대한 신경 쓰고 있다. 무대에 만족하고 오래 그 무대를 회상할 때 뿌듯하고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풋풋하고 패기 넘치는 베리베리, 그 안에서 남다른 열정과 의지를 지니고 있는 동헌의 책임감이 유독 빛난다. '신예' 베리베리의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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