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깊숙한 참모습 제대로 보여주는 가이드북 기대
문화골목.
진정한 부산의 매력을 발굴해 널리 알릴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단순히 먹고 즐기는 장소가 아니라 부산의 생활상과 정서가 담긴, 부산다움을 느낄 수 있는 장소는 무엇이 있을까?
이런 고민으로 부산의 보물 같은 장소를 인문적으로 총망라한 책자가 발간됐다.
부산연구원이 1년 6개월의 기획 끝에 7일 발간한 ‘101가지 부산을 사랑하는 법’은 단순한 여행안내서가 아니다. 부산의 속살이라고 할 수 있는 101가지 지역, 가게, 공간에 대한 장소경험을 정리한 책이다. 그동안 부산을 알리는 많은 시도가 부산의 명소, 맛집, 카페 등 다양한 장소 소개에 초점을 맞췄다면 ‘10가지 부산을 사랑하는 법’은 공간을 포함한 장소경험을 추가해 특별함을 부각했다. ‘일상적이지만 특별한’ 부산의 장소들이다.
세계의 많은 도시들이 각자의 방법으로 그 도시를 즐기고 사랑하는 법을 알리고 있다. 뉴욕? 런던?파리?도쿄 등은‘101 Things to do’라는 책자를 통해 각 도시의 매력을 전 세계에 홍보하고 있다. 영어권의‘101’은‘기본의’라는 뜻을 갖고 있는데, 도시를 알기 위한 기본서라는 의미로 101을 책 제목에 활용하고 있다.
부산연구원은 전 국민 대상 장소 추천 공모, 부산 시민들이 참여한 시민발굴단 활동, 전문가 논의 등을 통해 세대별, 권역별, 역사성, 상징성을 고려해 부산지역 장소경험 101가지를 선정했다.
101가지 장소경험은 공감성(sympathy), 공유성(sharing), 공존성(coexistence)을 가진 탁월하되 보편적인 가치(OUV? Outstanding Unique Value)를 선정했다.
공감성은 잘 몰랐지만 듣고 보면 꼭 가보고 싶은 곳,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장소로 수용성?대중성?의미성을 내포한다. 공유성은 다양한 장소와 체험 경험을 SNS?블로거?유튜브 등 다양한 수단으로 공유할 수 있는 곳으로 접근성?개방성?확산성을 포함한다. 공존성은 낯설지만 독특하면서도 공동적으로 지속되는 장소경험으로 유일성?독특성?지속성을 나타낸다.
이바구길 168계단.
책 집필에는 선정 가치와 경험 특성을 고려해 시인, 건축가, 문화기획가, 소설가가 참여했다. 김수우 글쓰기공동체‘백년어서원’대표, 이승헌 동명대 실내건축학 교수, 송교성 플랜비문화예술협동조합 지식공유실장, 이정임 소설가가 101가지를 나눠 집필했다.
책은 자연, 역사, 문화, 예술, 추억, 음식 등 6개 부분으로 구성됐다.
‘일탈의 떨림, 그곳이 나를 부른다’ 편에는 삼포지향(三抱之鄕) 도시답게 오륙도 등대, 남항 바닷길, 동백섬, 이기대, 아미산 전망대, 을숙도철새공원 등 바다, 산, 강을 품고 있는 절경지를 소개하고 있다.
‘그 어디에도 없는 부산의 정체성과 만나다’에서는 부산만의 역사적, 문화적, 사회적 정체성이 깊게 각인돼 있는 곳을 만날 수 있다. 피란수도의 삶을 보여주는 임시수도기념관, 산자와 죽은 자가 공존하는 비석문화마을, 화해의 씨앗을 심은 이수현 의사자 묘소, 민족정신의 보고 백산기념관 등이 포함돼 있다.
부산의 독특한 매력을 흠뻑 즐길 수 있는 장소는 ‘짜릿한 만남, 유니크한 부산의 매력에 빠지다’ 편에서 소개한다. 부산의 열정이 모이는 사직야구장, 항구의 온갖 것이 모여드는 자갈치시장, 폐공장의 화려한 변신 F1963, 낮과 밤이 다른 곳 민락수변공원. 근대와 현대의 시간이 공존하는 원도심~영도다리 등이다.
부산의 인문 정신과 사유의 기운을 느껴볼 수 있는 곳을 찾으려면 ‘인문과 사유의 공간, 부산의 온기를 느끼다’ 편을 보면 된다. 이우환 공간, 요산문학관, 남천성당, 보수동책방골목, 해인글방, 인디고서원 등이 포함됐다.
색다른 경험을 만끽할 수 있는 장소와 행사 등도 빼놓을 수 없다. ‘기억하는 한 향기는 지워지지 않는다’ 편에서 천마산에코하우스, 문화골목, 감천문화마을, 부산의 대교, 해운대 북극곰축제 등을 소개하고 있다.
‘한 입 한 입, 또 다시 부산과 사랑에 빠지다’는 부산의 대표음식과 음식문화를 즐길 수 있는 곳을 담고 있다. 밀면 성지인 부산에서도 최고 오래된 식당 내호냉면, 피란민의 애환을 담은 돼지국밥, 청춘의 핫 플레이스 전포카페거리, 전국의 빵 마니아들을 불러 모으는 남천동 빵집거리 등이 눈길을 끈다.
이 책이 지향하는 오감(五感)을 통한 입체적인 장소경험은 부산의 깊숙한 참모습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부산을 제대로 보고 공부하고 즐기는 법을 알려주는 가이드북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101가지 부산을 사랑하는 법’을 기획한 김형균 선임연구위원은 “이 책이 부산에 현재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익숙하지만 새로운 발견의 기쁨을 주고, 부산을 방문하는 사람들에겐 다시 오고 싶은 기쁨을 주는 길잡이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코로나로 지친 국민들에게 힐링의 시간이 될 수 있는 유용한 책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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