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에 들어선 김모씨가 S브랜드 치킨을 사고 있다. 박모씨는 G브랜드 맥주를 집어 든다. 이 광경을 인공지능(AI)이 장착된 카메라가 지켜본다. 행동 패턴을 분석해 김씨는 40대 연령에 몸무게 80㎏대, 박씨는 30대에 60㎏대란 정보를 덧붙인다. 어떤 제품이 어느 소비자군에 잘 팔리는지 알아내는 분석이다. 하지만 개인의 행동을 고스란히 데이터로 저장하는 이 같은 분석은 개인정보 침해 논란을 불러올 수도 있다. 스타트업 딥핑소스는 영상 데이터를 AI만 알아볼 수 있게 하는 ‘비식별화’ 기술로 이 문제를 해결해 주목받고 있다.
이 기술의 탄생 배경은 김 대표가 2006년 설립된 스타트업 올라웍스에서 일하던 시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올라웍스는 사진 속 인물이 누구인지 식별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한 기업이다. 김 대표는 이곳에서 최고기술책임자(CTO)로 기술 개발을 진두지휘했다. 올라웍스는 기술력을 인정받아 2012년 글로벌 기업 인텔에 인수됐다. 김 대표는 “올라웍스의 기술은 인물 식별 AI의 첫걸음이었다”며 “그 위에 비식별화라는 고차원 기술을 얹어 딥핑소스가 탄생했다”고 했다.
딥핑소스의 기술은 해외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작년 하반기부터 글로벌 기업 인텔과 비식별화 기술을 적용한 안면인식 AI 보안 카메라를 개발하고 있다. 일본 벤처캐피털(VC) 글로벌브레인과 일본 통신사 KDDI가 손잡고 조성한 펀드는 지난해 12월 딥핑소스에 55억원을 투자했다. 이 펀드에는 미래에셋벤처투자, 스톤브릿지벤처스 등 국내 투자자도 참여했다. 투자 당시 홍주일 글로벌브레인 한국 대표는 “딥핑소스의 기술을 응용하면 데이터 불법복제를 방지하는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딥핑소스는 비식별화 기술을 이용해 분석한 데이터를 직접 판매하는 사업에 집중할 계획이다. 지난달 내놓은 데이터 판매 플랫폼 ‘나초스’가 핵심 기반이다. 이곳은 딥핑소스의 비식별화 기술을 적용한 AI 학습용 데이터를 판매한다. 누구나 들어와 딥핑소스의 기술을 이용해 생성한 데이터를 사고팔 수 있다. 김 대표는 “개발자들이 딥핑소스의 기술을 활용해 데이터를 생산하고 판매하면 수익 일부를 딥핑소스가 갖게 되는 시스템”이라며 “AI 시대 데이터 오픈마켓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구민기 기자 kook@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