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7일 거대 여당을 이끌겠다고 던진 출사표에서 ‘경제 챙기기’를 최우선 과제로 내세웠다. 부동산과 중소기업, 소상공인, 자영업자 관련 정책의 성과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향후 ‘이낙연 대표 체제’에서 정부에 적극적인 목소리를 낼 의지를 내비쳤다.
“신산업 규제 완화 추진”
이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한 당대표 출마 기자회견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신산업을 육성해 고용을 창출하며 국민께 희망을 드리기 위한 경제입법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산업 육성을 가로막는 규제를 완화하거나 신산업을 지원하는 근거 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이 의원은 또 “양극화를 개선하고 약자를 더 두텁게 보호해야 한다”며 사회 안전망 확충 역시 입법 과제로 꼽았다. 대표적인 방안으로는 ‘고용보험 확대’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서 논의가 확산되고 있는 기본소득제에 대해서는 별도의 언급이 없었다. 이를 두고 ‘선(先)고용보험 확대’라는 민주당의 기본 방침과 맥을 같이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 의원은 “서울 시내 공급 규제 완화를 위해 서울시와 협의하겠다”며 부동산시장 안정 대책에 많은 시간을 할애해 소신을 밝혔다. 이 의원은 “부동산시장이 지금보다 안정을 유지해야 한다”며 “과잉 유동성이 (부동산이 아닌) 산업으로 흘러가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했다. 지난 총선에서 1주택자 종합부동산세 인하를 약속한 것과 관련해서는 “1가구 1주택자, 실수요자, 장기 거주자에 대해 충분히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며 “지금 정부가 검토하는 것이 당시 약속과 배치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 의원은 검찰 개혁, 국회 개혁 등도 민주당의 과제로 제시했다.
야당에 연석회의 제안
이 의원은 외교·안보 현안에 대해서도 의견을 내놨다. 2018년 한국과 미국이 남북한 협력과 비핵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만든 협의체인 한미워킹그룹과 관련해 “한미워킹그룹의 원래 취지보다 더 많은 제약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이를 바로잡아 본래 취지가 더 많이 살아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은 한국 독자적으로 진행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됐다.야당에는 ‘민생연석회의’와 ‘평화연석회의’를 제안했다. 그러면서 “기회가 된다면 맨 먼저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을 찾아 뵙겠다”고 했다. 이 의원은 “김 위원장과는 35년 동안 좋은 선후배로 지내 왔다”며 “제가 배울 것은 배우고 부탁드릴 것은 부탁하면서 협조를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달라진 이낙연 화법
이 의원은 21대 국회에 입성한 뒤 다양한 논란에 대해 모호한 태도를 보여 왔다. 이런 그의 태도에 ‘부자 몸조심’ ‘전략적 모호성’이란 해석이 나왔다. 하지만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의견을 비교적 분명히 밝혔다.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간 갈등에 대해서는 추 장관의 손을 들었다. 이 의원은 “장관의 합법적 지시는 검찰이 따르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며 “지금 같은 불편한 작태가 빨리 정리되고 해소되길 바란다”고 했다.
임금체불 등 논란을 빚고 있는 이스타항공 창업주 이상직 민주당 의원을 향해서는 “사실관계가 확인될 필요가 있다”면서도 “공인으로서 합당한 처신을 해 주기 바란다”고 했다. 과거 지역구인 충북 청주 집을 팔고 서울 반포 아파트를 소유하겠다고 밝힌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에게도 “좀 아쉽다”며 “합당한 처신과 조치가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 의원은 이날 오후 JTBC와의 인터뷰에서 “강남 집을 팔았으면 한다”며 노 실장을 압박했다.
이 의원은 전임 대통령의 이름을 거론하며 차기 대권에 대한 의지를 간접적으로 나타냈다. 이 의원은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을 배출한 자랑스러운 역사를 계승하고 먼 미래까지 내다보며 민주당을 혁신하겠다”고 했다. 이 의원은 또 부친이 “민주당의 이름 없는 지방당원으로 청년 시절부터 노년기까지 활동했다”고 했다. 이 의원은 기자회견 직후 SNS에 부친인 고(故) 이두만 씨와 서울대 입학식에서 함께 찍은 사진을 ‘깜짝’ 공개하기도 했다. 이날 회견장에는 이낙연 캠프에 합류한 설훈·최인호·오영훈 의원이 자리해 눈길을 끌었다.
조미현/김소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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