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논단] '코로나 시대' 대학들의 생존법

입력 2020-07-07 17:52   수정 2020-07-08 00:27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우리 사회에 전례 없이 크고 작은 변화들을 일으키고 있다. 만약 이 전염병 사태로 새로운 기회가 열린다면 어떨까. 이를테면 온라인을 기반으로 풍부한 콘텐츠를 갖추게 되고, 더 많은 학생을 대상으로 한 디지털 고등교육이 속도를 낸다는 가정이다. 코로나19로 인한 변화를 무조건 두려워할 건 아니다.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교육계의 기술 발전을 코로나19가 촉발할지도 모른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빠르게 확산하자 대학들은 기존 강의실 수업을 디지털 원격학습 방식으로 대체했다. 재택근무를 했던 기업들이 기존 업무 형태로 복귀 여부를 고민하는 것처럼 대학도 전례 없는 상황에서 다양한 자구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는 내년 여름까지 온라인 강의만 할 계획이다. 반면 미국 스탠퍼드대 등 많은 학교는 강의실 대면 수업과 온라인 수업을 병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들은 코로나19 여파로 재정적 타격을 입었다. 기숙사와 스포츠 경기장 등 학교 시설은 텅 비었다. 학생들은 등록금 삭감을 강하게 요구해 학교 측은 난감해하고 있다. 중국을 비롯한 각국 유학생은 급감했다. 재정이 취약하거나 규모가 작은 대학들은 버티기 힘들어한다. 상위권 대학들도 어려운 사정은 마찬가지다. 미시간대는 올해 말까지 10억달러의 손실을 낼 것으로 예상한다. 전 세계 최고 부자 학교로 꼽히는 하버드대마저도 내년 7억5000만달러 손실을 각오하고 있다.

디지털 원격수업으로의 전환은 교직원과 학생 모두에게 쉬운 과제는 아니지만 오히려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학생이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수준 높은 교육을 받을 수 있게 되지 않을까. 대학들이 오늘날 우수한 정보기술(IT)을 활용할 최선의 방법을 찾는지가 관건이다.

40여 년 전 필자가 대학원생이던 시절 수업을 듣다가 문득 ‘앞으로 영상학습이 대학을 재편할 것’이란 확신이 들었다. ‘이 강의실에 앉아 있는 200명의 학생들만 우수한 교수진이 제공하는 강의와 자료를 접하란 법이 있나’, ‘왜 전 세계 학생들은 이렇게 좋은 교육 콘텐츠에 접근할 수 없을까’ 등의 고민을 했다. 영상학습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교수진은 많은 노력을 하고 이는 콘텐츠 향상으로 이어진다. 학생들은 이해가 안 되거나 미진한 부분을 반복해서 공부할 수 있다.

기술이 놀라운 속도로 발달했음에도 상아탑 내 원격교육 전환이 더뎠던 건 복합적인 상황 때문이다. 대학 재단에서 운영하는 각종 기관들은 수익을 내야 유지된다. 일부 교수들은 온라인 수업이 취업난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한다. 강의실 안팎에서 이뤄지는 교수진과 학생들 간 상호작용은 디지털 수업으로는 대체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도 있다. 학부생과 대학원생이 연구실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열정으로 학문에 정진하는 것은 학계 발전의 원동력이다.

저출산 현상이 심화하면서 젊은 층이 감소하고 있다. 대학에도 부담이다. 컴퓨터과학 같은 이공계 분야 인재에 대한 기업 및 사회적 수요는 여전히 높다. 하지만 인문학 등 전통 학문의 인기는 예전 같지 않다. 4차 산업혁명과 무인화 현상, 코로나19 등 최근 트렌드는 이 같은 현상을 가속화할 것이다.

원격수업으로의 전환에서 가장 큰 장애물은 대면 수업을 능가할 만큼의 만족도를 주는 수준 높은 강의를 제작하는 데 드는 많은 비용이지 않을까. 디지털 콘텐츠는 심지어 복제도 쉽다. 무단 유출을 막기 위한 장치와 저작권 문제 등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결국 비용 상승으로 이어진다. 미국 실리콘밸리와 보스턴 등에 있는 교육 및 기술 스타트업들이 이 문제를 풀기 위해 각종 연구에 매달리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뾰족한 대안은 나오지 못했다. 우리 사회가 함께 고민하고 풀어가야 할 문제다.

ⓒ Project Syndicate

정리=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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