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UN) 사무총장을 지낸 반기문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사진)이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을 비판했다. 그는 '조급한 마음으로 구걸하는 태도' '경악스럽고 개탄스럽다'는 등 강한 어조를 드러냈다.
반 위원장은 8일 국회에서 열린 '글로벌 외교안보포럼' 기조연설에서 "(남북관계는) 상호존중·호혜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 너무나 일방적으로 북한의 입장을 이해하려고 옹호하는 듯한 태도를 취하는 경우, 계속 북한에 끌려다니는 상황밖에 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념편향과 진영논리는 마땅히 배제돼야 한다. 북한에 대한 일편단심은 냉혹한 국제사회에서나 민족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우리민족끼리'에 중점을 둘 경우 해결은 더욱더 어려워진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새로 지명된 통일부 장관, 청와대 안보실장, 국가정보원장이 좋은 구상을 하겠지만 너무 단기에 (갈등) 국면을 해소하려고 하면 점점 더 우리는 어려운 위치에 간다"며 "조급한 마음을 갖지 말고, 북측에 구걸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지 말라"고 조언했다.
여권에서 추진하는 '남북 종전선언'에 대해서도 "북한이 종전선언에 움직일 리도 없고, 관심도 없을 것"이라며 "종전선언이 돼도 모든 걸 백지화하는 북의 행태에 비춰서 크게 의미 없다"고 지적했다.
반 위원장은 "(여권의) 일부 책임 있는 지위에 있는 정치인들이 한미 군사훈련 중단, 주한미군 감축을 거론하는 데 대해 참으로 개탄스럽다"고 비난했다.
또 "상당히 고위직에 있는 분들이 아무리 해도 주한미군이 절대 나갈 리 없다는 식의 무책임한 발언을 하는 걸 보고 참 경악스러웠다. 개탄스러운 일"이라고도 했다.
북한의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폭파에 대해선 "도발행위를 아무런 자책도 없이 자행했는데도 대한민국 정부가 취한 미온적 대응에 크게 실망했다"고 말했다.
그는 "문 정부의 남북 대화 노력에 전 세계가 손뼉을 쳤는데 표면적으로는 가히 역사적이라 할 수 있다"면서도 "결과적으로 보면 역대 정권과 다를 바 없게 됐다. 어찌 보면 전략적 입지가 더 궁색해졌다"고 언급했다.
반 위원장은 문 대통령이 추진하는 10월 3차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서는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봤다. 그는 "모든 문제의 근원은 북핵에 있다"며 "이런 점을 재확인하고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최종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이어 "햇볕정책 하면서 전 세계에서 찬양받던 김대중 대통령의 정책, 문 대통령의 정책, 이게 다 북한의 핵 야망을 저지하는 데는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채선희 한경닷컴 기자 csun0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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