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확진' 브라질 대통령, 기자회견 도중 마스크 벗고 '엄지 척'

입력 2020-07-08 12:41   수정 2020-07-08 12:43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이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이런 사실을 밝히는 현장에서 자신의 건강 상태가 좋다며 마스크를 벗어 주위를 당혹케 했다.

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국영 TV 브라질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코로나19 양성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마스크를 쓰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했으나 인터뷰를 마친 뒤 갑자기 마스크를 벗고 엄지를 치켜 올리며 "모든 게 좋다"고 말했다.

한편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지난 주말 동안 여러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일 미국 독립기념일 행사에선 토드 채프먼 브라질 주재 미국 대사와 함께 있기도 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이때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브라질 주재 미국 대사관은 트위터를 통해 "채프먼 대사는 지난 4일 보우소나루 대통령, 대통령의 아들 에두아르도 보우소나루 하원의원 등과 오찬을 함께 했다"고 밝혔다. 대사관 측은 채프먼 대사가 아무 증상이 없었으나 검진을 받고 예방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여러모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닮은꼴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코로나19를 가벼운 질병으로 치부하고 마스크를 기피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코로나19 확산에도 종종 대중 앞에서 마스크 없이 악수하고 군중들 사이로 뛰어들어 지탄을 받았다.

그는 운동선수를 지냈던 이력 덕에 바이러스에 걸리지 않을 자신이 있다고 강조하며 코로나19에 감염되어도 별문제 없이 지나갈 것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해 왔다.

그는 지난달 판사가 자신에게 마스크 착용을 지시한 이후에도 공개석상에서 마스크를 착용하라는 지침을 툭 하면 무시했다. 지난 4일에는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는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그는 "상점·교회에서 마스크 착용을 강제하는 것이 위헌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지하는 사회적 거리 두기 규정도 맹비난했다.

한때 코로나 청정국이었던 브라질은 보우소나루 정부의 안이한 코로나 대응 탓에 확진자가 급속도로 늘며 세계 2위 확진국이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8일 기준 브라질의 코로나 누적 확진자 수는 약 162만명이며 지금까지 6만5000명 이상이 코로나로 사망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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