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정의연)는 8일 일부 언론이 사실관계와 위안부 운동의 역사를 부정하고 있다며 왜곡 보도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나영 정의연 이사장은 이날 서울 종로구 옛 주한일본대사관 맞은편에서 열린 제1447차 정기 수요시위에서 "피해자의 호소에 귀 기울인 적 없는 자들이 당사자 발언을 선별적으로 발췌·왜곡해 피해자와 활동가가 함께 해온 30년 운동의 역사를 부정하는 칼날로 쓰고 있다. 이들 한가운데 언론이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일부 언론은 비의도적 무지와 악의적 의도 사이를 종횡무진 횡단하며 피해자와 활동가, 유가족과 활동가, 지원단체와 단체를 갈라치기 했다"면서 "스스로가 제기한 의혹을 '부정'으로, 편향된 의견을 '사실'로 만들며 단체와 운동의 도덕성과 진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해 왔다"고 덧붙였다.
그는 "제대로 된 시민의 감시나 세무조사조차 받지 않는 언론사는 최소한의 균형감각마저 잃은 채 뉴스를 가장한 유언비어를 마구 쏟아내며, 자신들만의 표현의 자유를 성역화하고 있다"라면서 "가짜뉴스나 무리한 의혹 제기에는 당당히 맞서야 한다"고도 했다.
최근 정의연은 언론의 과열된 취재 경쟁을 비판하며 그간 쏟아진 의혹 보도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정의연에 따르면 지난달에는 두 차례에 걸쳐 8개 언론사의 기사 13건에 정정보도·손해배상을 구하는 조정을 언론중재위원회에 신청했고, 이 가운데 5건이 기사 삭제·정정보도문·반론보도문 게재 등 결정을 받았다.
이날 시위는 정의연 등 관계자 10여 명만이 참석한 기자회견 형식으로 열렸다. 이는 종로구청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이달 3일 0시부터 중학동 일본대사관 일대의 집회·시위 등 집합행위를 전면 금지했기 때문이다.
정의연은 시민들의 참석을 만류했으나 자발적으로 모인 30여 명은 현장에 모여 수요시위를 지켜봤다.
정의연 해체와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의원직 사퇴 등을 요구하며 평화의 소녀상 인근에서 집회를 열어온 자유연대 등도 이날 정오 관계자 20여 명이 모인 가운데 소녀상 북동쪽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자유연대는 이날 종로구청장 등 종로구 관계자 3명과 서울지방경찰청장·종로경찰서장 등 경찰 관계자 4명을 직권남용·직무유기 등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자유연대가 소녀상 인근에 먼저 집회 신고를 냈음에도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지 않았다는 취지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 소녀상 인근에서 지난달 23일부터 미신고 연좌시위를 한 반일반아베청년학생공동행동 소속 대학생들도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위반으로 고발하기로 했다.
반일동상진실규명공동대책위원회 역시 소녀상 남서쪽 연합뉴스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위안부 강제동원은 사실이 아니라며 소녀상을 철거해야 한다는 그간의 주장을 반복했다.
경찰은 경찰력 300여 명을 동원해 세 곳의 기자회견 현장을 둘러싸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pressc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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