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에는 베토벤 작품이 담고 있는 에너지에 집중해 극적으로 건반을 쳤죠. 50대에 접어드니 베토벤의 애달픈 인생이 눈에 띄었어요. 이번에는 간결하게 연주할 겁니다.”(백혜선) “30여 년간 크고 작은 실패를 겪다보니 베토벤의 작품이 인간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음악회에선 음표를 기계적으로 들려주지 않고 깊은 울림을 전해야죠.”(성기선)
연륜이 쉽게 쌓인 것은 아니다. 백혜선은 1989년 미국 윌리엄카펠 국제콩쿠르에서 우승한 뒤 1991년 퀸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은상을 수상했다. 굴곡 없는 인생처럼 보이지만 힘든 시기를 보냈다고 했다.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해도 미국에서 쉽게 일자리를 잡기 힘들었죠. 식당 점원으로 일하면서 음악을 포기할까 고민했습니다.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를 들으며 위안을 얻었어요. 그때 차이코프스키 콩쿠르를 나가자고 결심했어요.” 백혜선은 1994년 차이코프스키 콩쿠르에서 1위 없는 3위에 입상하며 국제 무대에 이름을 알렸다.
1984년 17세에 지휘봉을 잡으며 ‘천재’ 소리를 듣던 성기선도 마찬가지였다. 미국에서 홀로 유학하면서 힘들 때마다 베토벤의 악보를 펼쳤다고 했다. “유학하면서 외롭기도 했지만 잘나가는 동료들을 질투하기도 했죠. 그런데 워싱턴 의회 도서관에서 베토벤이 직접 쓴 악보를 보고 나선 태도를 고쳤습니다. 악보를 교정한 흔적이 너무 많아 알아보기 힘들 지경이었어요. 베토벤 같은 천재도 저렇게 노력하는데 질투만 하는 저 자신이 한심했어요.”
두 사람은 이번 음악회를 한층 더 재밌게 감상할 수 있는 방법도 귀띔했다. “‘영웅’을 주제로 한 교향곡 3번과 베토벤의 고달팠던 일생을 대조해보면서 감상해도 좋습니다.”(성기선) “공연 프로그램을 보면 단조로 이뤄진 피아노 협주곡 3번, 장조로 짜인 교향곡 3번을 비교하며 들어도 재밌을 겁니다. 특히 피아노 협주곡 3번 2악장은 인생을 고찰하듯 잔잔한 선율이 흐르다 3악장에선 밝은 멜로디로 희망을 전하죠.”(백혜선)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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