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비전의 ‘텔레’처럼 ‘멀리’라는 뜻을 가진 그리스어 접두사를 ‘옮긴다’는 뜻의 라틴어 어근 ‘포트’에 붙인 것은 별로 좋은 조어법은 아니지만, 텔레포트는 이미 굳어진 말이다. 원격전송이 정확한 번역이겠지만 한 곳에서 사라지고 순간적으로 멀리 떨어진 다른 곳에 나타나니 ‘순간이동’이라는 표현이 많이 쓰인다. 이 순간이동은 수많은 공상과학영화와 게임 등에 단골 소재로 등장한다. 1993년 IBM의 찰스 베넷 박사와 그 동료들이 양자물리학적인 상태를 양자얽힘을 이용해 원격전송하는 방법을 고안한 이후 여러 실험실에서 ‘양자텔레포테이션’이 실험적으로 검증됐다. 스타트렉처럼 사람을 텔레포트할 수 있는지 그 가능성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는 만큼, 오해 또한 많다.
또 다른 오해는 똑같은 복제품을 만든다는 것이다. 요즘은 많이 사용하지 않지만 팩스는 문서 원본은 여전히 한 곳에 있고 그와 똑같은 복제품이 다른 곳에 나타나게 하는 방식이다. 즉, 원본이 어떻게 돼 있는지 그 정보를 읽어내 멀리 보내고, 이 정보를 바탕으로 원본과 똑같은 복제품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팩스를 이용하면 똑같은 것이 두 군데 이상 있게 할 수 있는 셈이다. 양자텔레포테이션은 복제품을 만드는 과정이 아니다. 원본을 읽어서 정보를 알아내는 것이 아니라 원본이 어떤 것인지 전혀 모르는 그대로 다른 곳으로 보내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원본은 벨 측정에 의해 완전히 다른 상태로 바뀐다.
양자텔레포테이션을 비유적으로 설명해 보자. 십자나사가 깊은 구멍 속에 박혀 있는데, 열십자로 생긴 홈의 뻗은 네 방향 중 위쪽의 방향을 알아내려고 한다. 기다란 십자드라이버 끝을 그 나사머리에 대고 돌려보면 어느 순간 딸깍하고 홈에 들어맞게 될 것이다. 십자드라이버의 손잡이 방향은 십자나사머리의 홈 방향과 상관관계가 이뤄지겠지만, 90도씩 차이가 나는 네 방향 중 어느 쪽이냐 하는 정보가 필요하다. 십자나사머리의 홈에 드라이버 끝이 네 방향 중 어떻게 들어맞느냐 하는 것이 벨 측정에 해당한다. 십자드라이버의 끝과 손잡이는 서로 상관관계가 있고, 양자얽힘에 해당한다. 십자나사의 원래 방향은 손잡이의 방향과 벨 측정으로 결정된 네 가지 방향을 결합해 복원된다.
당연히 사람도 텔레포테이션이 가능한지 호기심이 일어난다. 그러기 위해선 사람의 얽힘이 필요하다. 원자 개수만 하더라도 1조(兆)의 1경(京) 개 이상이 되는 시스템의 얽힘을 완벽하게 하는 것은 단연코 불가능하다. 두 얽힌 사람을 만드는 것은 인간성에 대한 심각한 범죄가 될 것이다.
프랭크 티플러와 스티븐 호킹은 마치 디지털 정보를 USB에 담듯이 사람을 정보로 바꿔 우주의 다른 곳으로 보내고, 그곳에서 그 정보를 복원하는 방식으로 인류 이주를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게 가능하다면 똑같은 사람을 여기저기 복제해 놓을 수도 있고, 사람들의 마음까지 속속들이 읽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양자텔레포테이션은 양자정보를 읽지 않고 모르는 채로 보낸다는 점에서 완전히 다르다. 양자정보는 완전히 읽어 낼 수도, 복사될 수도 없다.
김재완 < 고등과학원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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