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페이지가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글로벌 콘텐츠 플랫폼 기업으로 몸집을 키운다. 올해 안에 대만 태국 중국 인도 시장에 조인트벤처, 인수합병(M&A) 형태로 동시에 진출하겠다는 계획이다. 시장에선 빅히트엔터테인먼트에 이어 전 세계 무대를 평정할 콘텐츠업계 ‘IPO 대어’가 등장할 것이란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웹툰 기반 영화·드라마 쏟아진다
이진수 카카오페이지 대표는 8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IPO 엑스포 2020’에서 ‘카카오페이지가 보여줄 K스토리의 저력’을 주제로 구체적인 글로벌 진출 전략을 밝혔다. 이 대표는 “현재 한국, 일본을 넘어서 인도네시아와 미국으로 진출을 시작한 상황”이라며 “올해 안에 조인트벤처 설립과 M&A를 통해 대만, 태국, 중국, 인도에 진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 세계 모든 언어로 콘텐츠를 보급하는 게 그의 목표다.2010년 포도트리를 창업, 10년 새 하루 수백만 명의 이용자가 사용하는 콘텐츠 플랫폼으로 키워낸 이 대표는 ‘K스토리’의 힘을 발견했다고 했다. 그는 돈 주고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조차 낯설었던 시장에서 ‘미생’부터 ‘이태원 클라쓰’까지 성공 스토리를 차근차근 쌓았다. 달빛조각사는 웹툰이 게임으로 진화한 첫 사례가 됐다. 제작비 250억원이 투입된 영화 ‘승리호’는 올 추석 극장가의 최대 기대작으로 꼽힌다. 이 대표는 “지난 15년간 웹툰을 기반으로 한 55개 작품이 드라마와 영화로 방영됐다”며 “앞으로 3년간 75개 작품이 예정돼 있다”고 말했다.
1조원 투자…대박 콘텐츠로 결실
현재 카카오페이지 회원 수는 3500만 명에 달한다. 월간 활성 이용자 수도 1000만 명이나 된다. 이들은 하루에 웹툰과 소설 20억원어치를 유료로 결제하고 있다. 카카오페이지가 국내 최대 ‘창작 마켓’으로 성장한 데는 작가들의 치열한 경쟁이 바탕이 됐다. 흥행을 위해 도전하는 1300개가 넘는 콘텐츠 파트너사가 매일 콘텐츠를 쏟아내고 있다. 누적 작품 수는 7만여 개로 국내에서 가장 많다.‘대박’ 사례도 줄을 잇고 있다. 매출 100억원이 넘는 작품은 ‘나 혼자만 레벨업’ ‘템빨’ 등 6개, 10억원이 넘는 작품은 140여 개에 이른다. 네이버에 비해 작가가 내야 하는 수수료가 높다고 알려져있지만 탄탄한 유료 고객과 누적된 성공 사례가 기반이 됐다. ‘원 소스 멀티 유즈(one-source multi-use)’가 이뤄지면서 작가와 회사 모두에 이익이 커지는 구조가 자리 잡았다. 업계에서 카카오페이지가 ‘작가들의 꿈의 무대’로 불리는 이유다. 스토리의 힘을 눈으로 확인한 카카오페이지는 지식재산권(IP) 확보를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이를 위해 2013년부터 7000억원 넘는 자금을 투자해 IP 밸류체인을 구축해왔다. 이를 포함한 누적 투자금액은 7000억원에 달한다.
“글로벌 도전 이제 시작”
K스토리의 힘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통했다. ‘나 혼자만 레벨업’은 일본에서 하루 1억원의 결제가 이뤄지고 있다. 애니메이션 강국인 일본을 점령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올 연말이 되면 작품 하나로 한·일 양국에서 벌어들이는 매출이 5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재팬의 만화 플랫폼 픽코마에서 거래되는 한국 콘텐츠는 전체 매출의 40%에 달한다. 한국에서 소비되는 일본 콘텐츠가 2~3%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는 셈이다. 특히나 픽코마에 올라와 있는 전체 웹툰, 웹소설 가운데 한국 콘텐츠 비율은 2%에 불과하다.카카오페이지는 앞으로 K스토리의 세계화를 본격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연내 대만 태국 중국 인도에 연달아 진출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이 대표는 “글로벌 도전은 이제 시작”이라며 “모든 언어권에 콘텐츠 플랫폼을 론칭할 계획”이라고 했다.
카카오페이지는 올해 글로벌 콘텐츠 플랫폼 기업으로 몸집을 키워 IPO에 도전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NH투자증권과 KB증권을 상장 주관사로 선정하고 IPO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시장에선 K팝 열풍을 일으킨 BTS(방탄소년단)의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에 이어 연타석 홈런을 기록할 기대주로 카카오페이지를 주목하고 있다. 카카오페이지 기업가치는 2조~5조원 수준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박재원/한경제 기자 wonderf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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