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9일 “우리는 일본과 다른 길을 걸을 것”이라며 “‘K방역’이 세계 표준이 된 것처럼 소재·부품·장비 산업에서도 세계를 선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규제 1년을 맞아 이날 경기 이천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에서 열린 ‘소·부·장 산업’ 간담회에서다. 문 대통령은 “대한민국은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삼아 글로벌 첨단소재·부품·장비 강국으로 도약해갈 것”이라며 ‘소재·부품·장비 2.0 전략’을 발표했다.
일본 수출규제로 시작된 국산화 노력은 성과를 내고 있다. 반도체 소재 기업인 동진쎄미켐은 이르면 올해 안에 불화아르곤 포토레지스트를 양산할 계획이다. 포토레지스트는 반도체 공정의 필수 소재로 일본이 세계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동진쎄미켐은 지난해 10월 SK하이닉스와 공동개발에 들어갔다. 반도체 소재 기업인 솔브레인은 이미 일본과 같은 수준의 액상불화수소를 생산하고 있다. 향후 품질을 높여 해외시장으로도 진출할 계획이다. 조동호 솔브레인 연구원은 “SK하이닉스와의 협업으로 양산 적용 평가 기간을 1년에서 3개월로 단축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소부장 주요 기업이 스스로 공유인프라를 구축하고 중소기업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해준 것은 의미가 있다”며 “함께 노력한 덕분에 일본의 수출 규제를 잘 극복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는 일본과 다른 길을 걸을 것”이라며 “글로벌 공급망의 안정에 기여하며 국제사회와 협력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것이 우리가 가고자 하는 ‘한국의 길’”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날 나온 소부장 2.0 전략이 기존 발표 내용의 반복이거나 불분명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선 소부장 대책의 일환으로 정부가 적극 대응하는 품목을 100개에서 338개로 확대하는 것과 2022년까지 관련 기술 투자에 5조원 이상을 투자하는 내용은 2월 소부장 후속 대책 등에서 발표했던 내용이다. 소부장 강소기업을 100개 육성하겠다는 계획도 지난해 나와 45개사를 이미 선정했으며, 하반기에는 추가로 45개사를 뽑을 예정이다.
국내에 공장을 짓는 외국 기업과 국내로 돌아오는 ‘유턴 기업’에 5년간 1조5000억원을 지원하겠다고 밝혔지만 이 역시 확정된 내용은 없다.
눈에 띄는 부분은 유턴 기업 지원을 위한 최소 고용 요건을 폐지한 것이다. 이전에는 20명 이상을 고용해야 관련 지원을 받을 수 있었지만 이번 대책에서 이 같은 기준을 없애고 고용 규모와 투자액 등에 따라 차등 지급하기로 했다.
강영연/노경목 기자 yy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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