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 노조의 대명사인 현대차 노조가 이런 현실인식을 보였다는 점은 만시지탄이지만 다행스런 일이다. 습관적인 파업으로 한국 자동차산업 경쟁력까지 갉아먹는다는 비판을 받아온 현대차 노조의 변화이기에 더욱 그렇다. 세계 자동차산업은 공급과잉에 코로나 위기까지 겹쳐 피나는 생존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GM 포드 도요타 등은 직원 해고와 임금삭감 등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이런 엄중한 상황에서 ‘회사가 살아야 노조도 있다’는 노조의 판단은 지극히 당연하고 바람직한 것이다.
경영위기 상황에서 노사의 협력 여부는 회사 운명까지 좌우한다. 2000년대 초까지 자동차부품 세계 1위였던 미국 델파이의 파산 사례가 대표적이다. 고임금과 낮은 생산성으로 적자를 내던 델파이는 임금·복지 축소를 추진했지만 노조가 끝까지 거부해 회사 측은 결국 2005년 법원에 파산보호 신청을 냈다. 이후 미국 내 공장 37곳, 근로자 4만7400명이었던 델파이는 공장 5곳, 5000명만 고용하는 업체로 쪼그라들었다. 지금 같은 코로나 경제위기에선 노조가 경영진과 함께 회사 장래를 고민하지 않으면 언제 어디서든 ‘제2의 델파이’가 나올 수 있다.
현대차 노조가 기왕에 성숙한 인식을 보인 만큼 올해 임금·단체협상에서도 모범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상급단체인 금속노조는 ‘기본급 6.5% 인상’ 요구를 지침으로 제시했다. 최저임금도 동결해야 할 판에 현대차 같은 대기업 고임금 노조는 과도한 임금인상을 자제해야 한다. 현대차 노조가 한국 제조업의 대표 노조다운 자세를 보인다면 국민도 괄목상대할 것이다. 그게 회사도, 근로자도 함께 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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