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같은 부작용과 반발은 사실 예상하고도 남을 만한 것들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이른바 '금융세제 선진화 방안'이라는 이름 아래 양도세 과세 방침을 공개한 데 이어 큰 수정 없이 밀어붙일 태세다. 이번 조치는 어떻게 나오게됐을까.
과거 심심하면 한 번씩 상장주식 매매차익 과세 문제가 제기됐지만 그 때마다 이런 저런 이유로 실행에는 옮기지 못했다. 가장 큰 걸림돌은 아직 선진 증시로 도약도 못한 상황에서 양도차익 과세를 실히하면 증시를 지나치게 위축시킨다는 주장이었다.
유럽 재정위기 당시였던 2012년에도 국내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투기적 단기 매매가 성행하자 단기적 투기적 매매를 억제하고 장기적으로 증시 변동성을 줄이는 방안으로 주식 매매차익 과세를 하자는 주장이 제기됐다. 과세가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증시를 안정시키고 이는 기업들의 증시를 통한 자금조달 비용을 줄일 것이라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이런 주장 역시 만성적인 코스피의 저평가(지정학적 리스크 등)를 더욱 고착화시킬 수 있다는 등의 반대 논리앞에 관철되지 못했다.
부동산이나 증시 관련 세제를 잘못 건드렸다가 혹시 있을지 모를 정치적 부담을 떠안지 않으려는 정치권의 소극성 역시 주식 양도차익 과세를 계속 미루게된 요인 중 하나였다.
하지만 주식 양도세 과세와 거래세 인하 내지 폐지는 동전의 앞뒤와 같은 관계다. 그간 주식투자로 이익이 날 때는 물론, 손실이 발생해도 거래세를 물린 것은 양도세를 매기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했다. 따라서 거래세를 내리겠다면 당연히 그만큼 줄어든 세수 벌충을 위해서라도 주식 양도차익 과세 방침을 밝히는 게 순리다. 그런데도 정부는 마치 금융투자업계의 오랜 숙원이던 거래세 인하를 선심쓰듯 들어주는 듯 하면서 정작 상장주식 양도세 과세 이야기는 쏙 빼놓았다. 언론조차 이 문제에 대해 특별한 관심을 보이지 않고 넘어갔다.
문재인 정부들어 세수 부족은 이제 상수(常數)가 되다시피했다. 경기가 계속 침체를 이어가는데다 코로나까지 겹쳤으니 세수가 줄어드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 와중에 정부 씀씀이는 역대 그 어느 정부 때보다 헤프다. 정부로서는 당연히 세금을 더 걷을 궁리를 물밑에서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소득세나 부가가치세 등 국민 대다수를 대상으로 한 보편 증세는 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니 여기저기서 새로운 세수를 발굴하다 보니 주식양도차익 과세까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거래세 인하라는 밑밥을 던져 놓고 올해 주식 양도세 전면 과세 방침을 밝힌 것은 그런 점에서 미리 계획된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도 가능하다
하지만 정부는 이중과세 논란에도 불구하고 증권거래세 폐지는 검토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2023년부터 전면적인 상장 주식 양도세 과세 방침을 밝히면서도 현재 0.25%인 증권거래세는 단계적으로 총 0.1% 포인트 낮추겠다고만 밝혔다. 폐지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공청회에서 "증권거래세 폐지가 부작용이 많다"는 주장까지 폈다. 외국인의 국내 주식 투자에 과세를 전혀 할 수 없고 고빈도 매매를 억제할 수단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표면적인 핑계이고 실제로는 세수 부족에 대한 우려가 크기 때문으로 봐야 한다.
증권거래세 세수는 해마다 차이가 있지만 대략 연간 5조원 안팎이다. 전체 세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것은 아니지만 매년 세수가 줄어드는 요즘 이 정도 세수라도 보장되는 것은 결코 적지 않은 금액이다.
이는 주식 양도차익 과세로 들어올 세수 규모에 대한 정확한 추정이 어렵기 때문일 수도 있다. 아직 시행전이고 구체적으로 과세 예외나 유예 등을 어느 선에서 정하느냐에 따라 세수가 달라지기 때문에 양도소득세 세입 추정액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거래세 폐지 카드를 꺼내들었다가는 '꿀딴지' 같았던 증권거래세 세수를 그냥 포기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일 것이다.
개인 주식투자자의 양도차익 과세를 월단위로 원천징수하고 세액이 확정되는 이듬해 5월에 환급하겠다는 것 역시 과세 편의 위주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이같은 다양한 문제점에 대해 정부가 뾰족한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은 역시 세수 부족에 대한 우려 때문으로 보인다.
이는 부동산 대책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난다. 최근 정부가 쏟아내는 부동산 정책을 보고 있자면 이게 과연 부동산 값을 잡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이를 핑계로 세금을 더 걷겠다는 것인지 헷갈릴 정도다.
차라리 툭 까놓고 '돈 쓸 곳은 많은데 세금은 줄어드니 증세가 불가피하다'고 대 국민 고백이라도 하는 것이 오히려 더 낫지 않을까.
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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