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유플러스 "부모가 먼저 틀어주는 채널…책을 TV로 가져온 게 통했죠"

입력 2020-07-09 15:22   수정 2020-07-09 15:24


“출산율이 줄어드는데 키즈 콘텐츠가 승산이 있을까요?”

2017년 LG유플러스의 새로운 미디어 서비스 전략을 담당하는 태스크포스(TF)팀은 경영진이 던진 이런 질문에 맞닥뜨렸다. LG유플러스 인터넷TV(IPTV)인 U+tv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전략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TF팀은 서비스 혁신 차원에서 ‘키즈 콘텐츠’ 강화를 내놨고, 경영진은 성공 가능성을 물었다.

교육 현장을 봤을 때 키즈 콘텐츠는 충분히 승산이 있었다. 출산율은 줄고 있지만 내 아이를 위한 투자는 오히려 늘고 있었다. 처음 U+tv를 접한 아이들을 모바일, 홈서비스 등 LG유플러스 생태계로 끌어오는 전략도 세울 수 있었다. 더구나 육아와 교육 문제는 3040세대뿐 아니라 맞벌이 자녀를 대신해 손자와 손녀의 육아를 책임지는 은퇴한 부모 세대에도 중요한 이슈였다.

LG유플러스 경영진은 키즈 콘텐츠에 베팅하기로 했다. 2017년 6월 LG유플러스는 ‘U+tv 아이들나라’를 선보이며 통신 3사 중 가장 먼저 키즈 콘텐츠 시장에 뛰어들었다. 부모들 사이에서 아이들나라 때문에 U+tv를 본다는 얘기가 들리기 시작했다. 2018년 KT의 ‘키즈랜드’, 2019년 SK텔레콤의 ‘잼 키즈’가 뒤따라 나왔다.

류창수 LG유플러스 홈상품그룹장(상무·사진)은 “불확실한 시장에 어마어마한 투자를 결정하는 건 어려운 일”이라며 “그럼에도 실무진의 끈질긴 설득과 경영진의 결단력으로 키즈 시장에 일찍 진출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아이들나라 출시 당시 IPTV 시장의 경쟁 상황은 어땠습니까.
“그동안 IPTV업계는 서비스 채널 수와 최신 영화 개수 등으로 경쟁했습니다. 단편적으로 경쟁하고 있었던 거죠. 이런 시장의 판도를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서비스 경쟁력을 위해서 우리만의 콘텐츠가 있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키즈 콘텐츠를 내놓는다면 부모를 공략하기 위한 전략이 필요했을 텐데요.
“그동안은 TV가 해악이라고 여겨왔습니다. 부모는 아이가 TV 대신 책을 보기를 원했습니다. 우린 책을 TV로 가져오는 건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발상의 전환이었죠. 이런 아이디어에서 시작한 게 ‘책 읽어주는 TV’입니다. 아무 책이나 넣는 게 아니라 부모가 원하는 책을 집어넣는 게 핵심이었습니다. 인기 동화책 중 엄선해 구연동화 선생님들과 함께 녹음 작업을 했습니다. 서비스 출시 당시 160권에서 시작해 지금은 700여 권의 책을 TV로 볼 수 있습니다.”
▷서비스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어려운 점은 없었습니까.
“콘텐츠 원작자와 출판사 등을 만나 설득하는 과정이 어려웠습니다. 처음에는 출판사들이 우리 직원을 만나길 꺼렸습니다. 잠재적 경쟁자로 본 거죠. 책이 TV로 넘어가면 도서 시장이 침체할 것이라고 여긴 겁니다. 하지만 아이들나라 출시 후 분위기가 바뀌었습니다. ‘책 읽어주는 TV’를 보고 오히려 책을 구입하는 사례가 늘어났죠. 문전박대했던 업체가 먼저 LG유플러스를 찾아와 협력을 제안한 적도 있습니다.”
▷‘아이들나라’에서 부모들이 열광하는 콘텐츠는 무엇입니까.
“영어 교육 콘텐츠를 정말 좋아합니다. 고객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서 가장 원했던 콘텐츠가 영어로 나타났습니다. 영어 교육에 관심이 많지만 정작 교육 방식에서는 확신이 없으니까요. 또 언어 영역은 노출이 중요하기 때문에 TV를 틀어놓고 계속 들려주는 게 도움이 된다는 인식이 있었습니다. 아이들나라에서는 잉글리시 에그, 옥스퍼드리딩트리, 한솔 핀덴 등 경쟁사 대비 가장 많은 5종 독점 브랜드의 콘텐츠(900여 편)를 무료로 볼 수 있습니다.”
▷아이들나라의 경쟁력은 무엇일까요.
“직원들 아닐까요? 아이들나라 서비스를 담당하는 미디어서비스2팀은 10여 명의 직원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대부분은 아이가 있는 부모입니다. 그중에서도 엄마인 직원들이 많죠. 전체 부서 중 여성 비율이 가장 높은 편일 겁니다. 교육에 관심이 많고, 주변에 교육 정보가 많은 엄마들이 포진해 있어요. 교육 트렌드를 빠르게 따라갈 수 있죠. 교육은 이들의 최대 관심사이기도 하죠. 덕분에 직원들은 모두 내 일처럼 새 콘텐츠 발굴에 힘쓰고 있습니다.”
▷IPTV업계에서 키즈 콘텐츠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데요.
“지금까지는 키즈 콘텐츠를 보고 U+tv로 넘어온 가입자가 많이 있었습니다. 우리의 전략이 유효했다는 거죠. 가입자 순증 속도를 보면 지난 몇 년간 경쟁사 대비 가장 가팔랐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U+tv가 계속해서 압도적인 경쟁력을 유지할 거라고 보지 않습니다. 경쟁사들도 키즈 콘텐츠 경쟁에 뛰어들었고, 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겁니다. 이제 콘텐츠 경쟁이 아니라 다른 쪽으로 전략을 틀어보려는 시도가 필요한 시점이죠.”
▷향후 U+tv 아이들나라는 어떻게 변할까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많은 것이 바뀌었습니다. 초·중·고등학교뿐만 아니라 유치원 시장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TV에서의 비대면 학습이 모든 연령대에서 화두입니다. 증강현실(AR), 인공지능(AI)을 콘텐츠에 적용하는 시도들이 있습니다. 이제는 콘텐츠 전략에서 더 나아가 온·오프라인 연계(O2O), 사물인터넷(IoT) 등을 활용한 플랫폼 전략으로의 전환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홍윤정 기자 yj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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