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 완성차와 자동차 부품 업체의 신용도 전망이 어둡다. 국내 신용평가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사업 환경 악화를 이유로 완성차와 자동차 부품 업체의 신용도를 무더기로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서다.
한국기업평가는 8일 올 하반기 자동차업 전망 관련 "코로나19에 따른 수요 침체가 빠르게 정상화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유럽과 미국 등 선진 시장이 점진적으로 회복되고 있지만 중국 시장은 수요가 크게 위축됐다는 판단에서다. 또 신흥국의 경우 경기 침체와 구매력 약화 등이 맞물려 수요 부진이 장기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 상반기 기준 현대자동차의 판매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5.2% 줄었다. 기아자동차는 15.5% 감소했다. 국내 생산과 판매는 비교적 이른 시기에 회복되고 있지만 다른 지역에서 수요 회복 시기가 불확실한 상황이다.
신용등급 강등은 자동차 부품 업체에 집중될 전망이다. 실제 한국기업평가는 올 상반기 정기 평가에서 한온시스템(AA)과 성우하이텍(A-), 금호에이치티(BB+) 등 자동차 부품 업체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조정했다.
현대차(AA+)와 기아차(AA)의 신용등급과 등급전망은 변동이 없었다. 완성차의 양적 성장이 멈춘 시점에서 코로나19가 자동차 부품 업체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탓이다. 공급물량이 감소하고 가동률이 하락하는 상황에서 고정비 부담만 늘면서 현금흐름이 막히고 있다.
이지웅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자금력이 충분하지 않은 중소 업체들은 운전자본 부담 증가 등으로 유동성 위험이 빠르게 증가할 수 있다"며 "상위 자동차 부품 업체나 올 상반기 정기 평가에서 별다른 신용도 조정이 없던 업체라도 지금과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신용도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상황이 개선되는 게 중요하지만 수요 회복 시기와 수준도 업계 전반의 신용도 유지에 핵심적이라는 설명이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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