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12일 故 박원순 시장 빈소를 방문한 더불어민주당 여성 의원들이 성폭력 의혹에 대해 함구한 것을 두고 "여성을 팔아먹고 사는 여성들이다"라고 말했다.
진 교수는 이날 페이스북 글을 통해 민주당 여성 의원들이 2018년 서지현 검사의 미투 폭로 당시 "우리는 더 많은 말하기가 필요하며, 고백과 증언 그리고 폭로로 이어지는 여성들의 행동과 움직임에 연대할 것이다"라고 입장을 밝혔던 것을 주지시키며 이같이 밝혔다.
진 교수는 "당시엔 저러더니 지금은 '우리까지 굳이 말할 필요가 없으며, 고백과 증언 그리고 폭로로 이어지는 여성들의 행동과 움직임이 많이 우려된다'"고 했다고 비판했다.
2018년 미투 이슈에 기자회견을 자청했던 민주당 여성의원들은 진선미, 정춘숙, 남인순, 이재정, 송옥주, 유은혜, 유승희, 박경미, 권미혁 의원 등이었다.
백혜련 민주당 의원은 빈소를 찾아 성폭행 의혹에 대한 질문에 '물지 말아달라. 인터뷰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김상희 국회 부의장과 서영교 의원 또한 답하지 않았다.
민주당 출신 전현희 권익위원장은 "제가 알지 못하는 부분"이라며 "가신 분을 존중해 드리는 게 도리가 아닌가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진 교수는 앞서 페이스북 글에서 "옛날 성누리당 지지자들이 갑자기 페미니스트가 되고 옛날 민주당은 그새 더듬어만지당으로 변신해 그짓을 변호한다"면서 "정권이 바뀌어도 권력은 변함이 없는 듯 하다"라고 썼다.
진 교수는 한 여권 지지 성향 인터넷 커뮤니티에 "난중일기에서 '관노와 수차례 잠자리에 들었다'는 구절 때문에 이순신이 존경받지 말아야 할 인물인가요? 그를 향해 제사를 지내지 말라는 건가요?"라는 글이 올라온 것과 관련 "지금은 조선시대가 아니고 박원순은 이순신이 아니고 피해 여성은 관노가 아니다"라며 "친문과 그 지지자들이 국민을 바라보는 시각을 노골적일 정도로 정직하게 보여준다. 한 마디로 친문의 눈에는 국민이 노비로 보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진 교수는 박 시장의 조문을 하지 않겠다는 류호정 정의당 의원에 대해 최민희 전 민주당 의원이 “정의당은 왜 조문을 정쟁화하냐. 시비를 따질 때가 있고 측은지심으로 슬퍼할 때가 있는 법이다. 뭐 그리 급하냐”라고 비판하자 “지금 이게 당신 딸이 사회에 나가면 곧바로 마주칠 현실이다"라고 저격했다.
이어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인권변호사, 평소에 페미니스틀 자처하던 시장도 이런 짓을 한다. 다른 사람들은 오죽하겠냐”면서 “(류호정, 심상정 의원은) 당신 딸이 살아갈 이 사회의 모습이 앞으로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 그 얘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부디 그 사회에는 당신 같은 인간들이 없거나 혹은 적기를 바란다”고 꼬집었다.
청각장애 학생 성폭행을 다룬 소설 '도가니' 저자 공지영 작가는 박 시장을 애도하며 "바보 박원순 잘가요. 주님께서 그대 인생 전체를 보시고 얼마나 애썼는지 헤아리고 너그럽게 안아주실테니"라고 적었다.
허윤정 민주당 대변인은 10일 박 시장의 사망 원인과 관련 "다른 쪽에선 보도되고 있진 않지만 전혀 다른 얘기도 나오고 있다"면서 다른 얘기가 무엇인지 실체는 밝히지 않았다.
하태경 미래통합당 의원은 허 대변인의 이같은 발언에 대해 "성추행 말고 다른 원인이 있다는 식으로 조작하려는 시도다"라며 "천벌 받을 짓이다"라고 규탄했다.
하 의원은 "박 시장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국민 모두에게 큰 충격을 줬다"면서 "고인이 살아온 삶에 대한 애도도 필요하지만 사망 원인을 조작하거나 죽음을 미화하려고 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고인의 죽음에 대한 진실이 무엇인지 밝히는 게 우선이다"라고 강조했다.
검찰 조작내 '미투 폭로'를 계기로 약자들을 위해 사회적 목소리를 내 온 서지현 검사의 SNS에는 "검사님 왜 이번 성추행에는 아무 말씀을 안하시나요", "검사님 박원순 시장 사건에 대해 어찌 생각하시는지. 제2의 피해를 입게 될지 모르는 고소인을 보호해야 하는거 아닌가요", "왜 침묵하고 계시죠", "고소했던 피해자를 잊지 말아달라. 이럴때 발언해 주셔야 그 피해자의 비통한 절규가 묻히지 않습니다", "서 검사는 피해자의 심정 잘 알지 않나요?"라는 질문이 쇄도하고 있다.
한편 성추행 혐의로 고소당한 다음날 박 시장은 몸이 안좋다며 출근을 하지 않았으며 이날 밤 늦게 성북구 야산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장례는 서울특별시장(葬)으로 5일(9~13일)간 치러지며 발인은 13일 아침 7시 30분이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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