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화장품 업체 '더마펌'이 지난해 출시한 '울트라 수딩 토너'와 '울트라 수딩 포뮬러'는 지난해 8월 중국에 소개된 뒤 11월 광군제 때까지 약 3개월 동안 중국에서만 약 130만여개가 팔려나가며 '밀리언셀러'에 등극했다.
판매금액 기준으로 300억여원에 이른다. 유럽에서 화상치료에 사용되는 성분인 아줄렌의 함량이 높은 제품으로 피부 진정에 효과가 확인되자 날개 돋힌 듯 팔려나갔다. 밀려드는 주문에 화장품을 담을 용기를 확보하는 데 애를 먹었을 정도로 중국에서 높은 인기를 실감했다.
스킨케어용 고기능성 화장품을 생산하는 더마펌은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이름이 알려진 화장품 업체다. 고품질의 원료를 조달해 직접 분리·정제한 뒤 피부에 좋은 성분을 고농도로 함유한 제품을 생산한다. 피부과, 성형외과 등 병원에서 사용하는 '더마화장품' 분야에서 성능을 인정받으며 2011년 해외로 수출을 시작했다. 2018년 수출 1000만달러를 돌파했으며 지난해엔 3055만달러를 수출했다. 차훈 더마펌 대표(55)는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한국무역협회와 한국경제신문이 선정한 제130회 '한국을 빛낸 이달의 무역인상'을 지난 10일 수상했다.
○매출 95%를 차지하는 수출
더마펌은 '건강한 피부'를 위한 화장품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기본적으로 보습이 되면 피부가 건강해지고 톤이 좋아지며 주름이 개선된다는 게 차 대표의 생각이다. 기초화장품을 중심으로 여드름, 아토피 등 피부 상태에 따른 기능성 화장품을 생산하고 있다. 차 대표는 "다른 화장품 회사들이 얼굴에 집중할 때 틈새시장을 공략했다"며 "목을 집중 케어하는 제품을 비롯해 특정 부위의 주름을 펴는 화장품에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사용했을 때 피북 개선 효과가 나타나고 재구매로 이어지는 사이클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는 매출 증대로 이어졌다. 지난해 매출은 387억원으로 전년 대비 28.1% 증가했으며 영업이익은 201억원으로 11.7% 늘어났다. 영업이익률은 51.9%에 이른다.
2002년 설립된 더마펌은 2011년 가을부터 해외 시장에 집중해왔다. 차 대표는 "전세계 화장품 소비자가 원하는 수준으로 화장품을 만들고 있었다"며 "해외에 나가면 아모레퍼시픽과 더마펌이 동급대우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지난해 매출의 95%가 수출이다. 국내에는 병원과 면세점에서만 일부 판매했다. 해외시장 가운데 중국이 66%, 홍콩이 29%를 차지한다. 말레이시아, 스페인, 터키, 러시아, 베트남 등으로도 수출이 이뤄지고 있다.
○좋은 원료 저온 추출
더마펌의 성장비결은 좋은 원료를 직접 조달해 저온으로 추출하는 과정에 있다.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차 대표는 미국 회사 세 곳을 거쳐 캐나다 화장품 업체인 클레이튼샤갈의 한국지사장으로 2001년 한국에 왔다. 수입화장품의 한계를 느낀 차 대표는 이듬해 그 회사를 인수하고 이름을 더마펌으로 바꾼 뒤 직접 비커를 들고 화장품 연구개발에 나섰다.
창업 초기부터 피부에 좋은 원료가 있다고 하면 아프리카, 인도 등 전세계 어디서든 조달했다. 한달 동안 독점권을 갖고 효능을 테스트하고 효과가 있다면 직접 추출한다. 고온에서 추출하는 다른 업체들과 달리 섭씨 25~28도에서 추출해 원료 고유의 성분을 충분히 추출한다. 차 대표는 "우리가 직접 좋은 원료를 가지고 직접 추출하고 제대로 만들면 전세계 1위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조달한지 1년 이내 신선한 원료로만 제품을 만든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추출한 원료를 조합해 제품을 직접 생산한 결과는 피부 개선이라는 성과로 나타났다.
더마펌은 화장품의 피부 흡수율을 높였다. 통상 화장품의 흡수율은 1~2% 수준이다. 차 대표는 "저분자 등 기능성 화장품의 흡수율은 아무리 좋아도 10%에 불과하다"며 "더마펌은 리포좀 기술을 활용해 이들 기능성 화장품보다 두세 배 이상의 흡수율을 끌어올렸다"고 말했다. 더마펌은 내년 2월 완공될 강릉공장에서 원료에서 물질을 추출하는 과정을 정형화시킬 예정이다. 차 대표는 "피부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없는 세상을 위한 화장품을 만드는 게 궁극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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