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지혜 생활경제부 기자) '언택트'(비대면)는 이제 우리 일상 곳곳에 스며들었습니다. 쇼핑은 물론 학습, 회의 등도 디지털로 완전히 대체돼가고 있죠. 패션업계도 마찬가지입니다. 대면 방식의 오프라인 패션쇼를 못 열게 된 브랜드들은 '디지털 패션쇼'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파리, 런던, 밀라노 등 해외 패션위크 자체가 디지털로 열리는 것은 물론, 개별 브랜드의 신제품 공개 방식도 '라이브 방송'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부드러운 양가죽 제품으로 유명한 스페인 브랜드 '로에베'도 동참했습니다. '2021년 봄·여름 남성복 컬렉션'을 브랜드 최초로 디지털 포맷으로 제작했죠. 그런데 내용이 좀 독특합니다. 12일 오전 10시(한국시간 기준) '프론트 로우'의 사람이 움직이는 초상화를 공개하는 것을 시작으로 24시간 동안 각기 다른 예술가들의 작품과 퍼포먼스로 행사를 기획했습니다. 이날 정오엔 한국인 작곡가 박지하의 퍼포먼스가 열렸고 1시부턴 신발 신제품을 공개했죠. 또 다양한 국적의 예술가들이 컬렉션에 참여한 결과물을 보여주는 라이브방송이 잇달아 열렸습니다.
심지어 이날 오후 5시(한국시간)엔 로에베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조나단 앤더슨과 배우 조쉬 오코너가 아침식사하는 모습을 라이브로 보여줍니다. 런던 기준으로 아침 9시이기 때문이죠. 이어 프랑스계 마다가스카르 출신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인 매티스 피카드의 공연, 신제품 의류를 착용한 모델들의 모습, 신제품 가방들과 벌룬백을 완성시킨 장인과의 인터뷰, 뉴욕 밴드의 공연, 로에베 공방 오디오 투어 등 다채롭게 구성했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는 13일 오전 9시(한국시간 기준) 여성복 프리 컬렉션을 보여주는 무대로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보통 10여분 동안 모델들이 무대 위를 걸어나오는 방식의 일반적인 패션쇼가 아닌 것입니다. 로에베는 또 실물로 아카이브 박스도 제작했습니다. 박스 안쪽엔 여러 칸막이를 달아 이번 컬렉션의 초기 영감부터 쇼 세팅까지 창작 과정 전체를 나눠서 볼 수 있게 했다고 합니다. 주요 의상과 가방을 360도로 감상할 수 있게 제작했고, 남녀 컬렉션 전체를 종이 블록으로 인쇄했습니다. 휴대용 마분지로 만든 레코드 플레이어를 손으로 돌리면 로에베 공장에서 나는 소리를 들어볼 수 있게 한 점도 독특합니다. 뉴노멀 시대, 패션 브랜드들이 앞으로 얼마나 더 진화된 콘텐츠를 선보일지 기대가 됩니다.(끝)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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