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업계에 따르면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 2일 중고차 판매업을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할지를 놓고 업계 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완성차업체 모임인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중고차 시장 진출 의향을 밝혔다.
중고차 판매업은 2013년부터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돼 대기업 진출과 확장이 제한됐다. 2000년부터 SK엔카를 통해 중고차사업을 벌였던 SK그룹도 2017년 회사를 매각하고 손을 뗐다.
중고차 판매업자들은 중소기업 적합업종 기한(6년)이 끝난 지난해 2월 동반성장위원회에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을 신청했다. 생계형 적합업종은 기존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이 만료되는 업종·품목에 대해 5년간 대기업의 진출을 제한하는 제도다. 동반성장위는 그러나 작년 11월 중고차 판매업은 생계형 적합업종에 부적합하다는 의견서를 지정권자인 중기부에 냈다. 동반위는 “시장 규모가 증가한 반면 대기업의 시장 점유율은 하락하고 있다”며 “소비자 후생 측면도 감안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국내 중고차 시장은 대기업 진출·확장이 제한된 사이 배 이상 커졌다. 동반위에 따르면 2013년 5조원 수준이었던 국내 중고차 시장은 2017년 10조원을 돌파했다. 중고차 판매업을 하는 5000여 개 중소기업의 매출 규모도 2014년 2조4697억원에서 5조1585억원으로 100% 넘게 성장했다. 반면 같은 기간 AJ셀카와 케이카, 오토플러스 등 대기업 매출은 8544억원에서 1조1116억원으로 연평균 8.2% 늘어나는 데 그쳤다.
‘허위 매물’ 등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를 줄이기 위해 대기업 진출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접수된 중고차 관련 불만 상담은 2018년부터 지난 10일까지 2만783건에 달했다. 작년 11월 한국경제연구원의 ‘중고차 시장 인식 조사’에서 응답자 4명 중 3명꼴인 76.4%가 국내 중고차시장이 “불투명하고 낙후됐다”고 평가했다. 또 절반 이상(51.6%)은 “대기업의 시장 진입에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중고차 판매업자들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대기업 진출로 소상공인 위주의 현 시장이 붕괴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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