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증유의 경제난을 조기에 극복하고 ‘코로나 이후’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미래 먹거리도 적극 준비해야 하는 절박함은 정부와 기업, 민과 관의 사정이 다를 수 없다. 하지만 정부 주도의 이 프로그램이 올바른 방향에서, 가장 효율적으로 쓰일지 의구심이 생기는 것도 사실이다. 나랏빚이 급속도로 증가하면서 적자재정에 대한 우려가 그 어느 때보다 커진 상황에서 또다시 막대한 예산을 쏟아 넣는데도 이를 제대로 검증하고 감시할 만한 곳은 국회를 비롯해 어디에도 없는 실정이다.
한국판 뉴딜에는 데이터·네트워크·인공지능(AI) 생태계 육성, 원격교육과 비대면 의료인프라 구축, 임대주택 인프라의 ‘녹색전환’ 같은 사업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일자리 55만 개를 만든다는 야심찬 계획인데, 그러려면 돈풀기식보다는 패러다임의 변화, 인식과 제도의 전환이 필요하다.
한국판 뉴딜이 효과를 내려면 정부가 정책 추진에서 꼭 염두에 둬야 할 것들이 있다. 무엇보다 시장친화 정책이어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디지털 뉴딜 사업이 관(官) 주도로는 성과를 내기 쉽지 않을 것이다. 기업이 중심에 서는 것도 중요하다. 정부든 지자체든 필요할 경우 조력자에 그치는 게 바람직하다. 차제에 규제도 네거티브 시스템으로 바꿔야 한다. 과도한 규제법, 자의적 해석이 판치는 구태 행정에서 탈피할 때다.
경직된 고용·노동제도와 노사관계도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획일적 주52시간제로 인해 제대로 된 연구개발도 어렵고, 스타트업의 성장도 힘들다는 현장의 아우성을 계속 외면해서는 곤란하다. 정치 논리 극복도 중요하다. 한국판 뉴딜이라는 ‘판’이 준비되자 여당은 여당대로, 각 부처는 부처대로 민원 사업을 끼워 넣으려는 각축전이 벌어진다는 소리도 들린다.
‘구호 경제’와 ‘전광판 전시정책’을 경계해야 한다. 이전에도 ‘녹색성장’(이명박 정부) ‘창조경제’(박근혜 정부) 같은 거창한 구호 아래 부처마다 이런 이름을 붙인 전담 부서까지 만들어졌다. 하지만 어떤 성과를 냈으며, 남은 것은 무엇인가. ‘5대 원칙’이 준용되지 않으면 한국판 뉴딜도 성공을 장담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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